미국이 마침내 복수의 칼을 빼들었다. 9.11 연쇄 테러로 건국 이래 처음으로 본토의 심장부를 유린당한 미국은 근 한달만인 7일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2차례의 공습으로 응징에 나섰다. 한편으로 적군을 맹폭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식량, 의약품 등 구호물자를 공중투하하는 역사상 첫 군사-인도 양면 작전이라는 점에서 기존 무력 충돌과 궤를 크게달리 하는 이날 공격은 그러나 향후 본격적인 작전 전개에 앞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는 1단계 공격으로 제공권 장악이 목표라고 워싱턴 군사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군 항공기가 아프간 상공을 자유자재로 날지 못하면 지상군 투입을 비롯한 군사 작전은 말할 것도 없고 난민 지원도 쉽지 않다는 것쯤은 전쟁의 기본 상식이라는것이다. 연쇄 테러 주모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기지 뿐 아니라 지휘부, 비행장, 전투기, 방공망이 공격 목표로 선정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며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대(對) 국민 연설에서 "지속적이고 포괄적이며 가차 없는 작전의 길을 터놓는 것도 겨냥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다. 정통한 군사전문가는 이날 군사 행동에 대해 "항구적 자유 작전의 1단계 공격으로 힘의 균형부터 깨자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미국이 목표 달성을 확인할 때까지 적어도 며칠은 파상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전문가는 미국이 아프간에 가한 타격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금명간 헬기편으로 특수부대를 침투시킬 공산이 크다고 말하고 특수부대는 일단 거점을 확보한 뒤 빈 라덴의 은신 추정 지역을 공격하며 필요하면 미사일과 폭격기의 추가 지원으로 공격 예상 지점을 미리 초토화하는 작전을 펼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전문가는 이날 공격에 동원된 폭격기들이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기지에서 발진하는 등 작전 거리상에 문제가 드러나고 있어 미국이 주변 국가들의 기지 사용 허가를 받으려는 외교적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공격 목표 한정과 `적군의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적은 이슬람권이나 아랍권이 아니라 테러분자임을 거듭 확인함으로써 이번 전쟁에 종교와 민족을 끌어들여 `문명 충돌'로 비화시키려는 빈 라덴측의 작전을 초장부터 차단하려는 심리전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빈 라덴과 탈레반 정권이 결사 항전을 외치고 있으나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의 화력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통상적인 개념의 전쟁이 성립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전문가는 특히 탈레반 정권이 게릴라전으로 맞서려 해도 과거 옛 소련군의 침공을 이겨낸 무자히딘과는 달리 이번 전쟁은 종교적 성전도 아니고 당시처럼 미국의 막대한 보급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여서 의외의 단기전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