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리학회장을 역임한 클라크 박사는 71년 그의 회장취임연설에서 범세계적으로 테러나 전쟁을 비롯한 폭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잔인성 억제약'을 만들어 사람들,특히 국가지도자들에게 먹일 것을 주장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인간의 잔인성을 감소시키는 약의 발명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아마도 인간의 공격적 행동을 억제하는 완전무결한 해결책은 없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공격행동이 본능적이냐 아니냐 하는데 대한 명확한 증거는 없다. 인간을 '고상한 야만인'이라고 정의한 루소는 인간이란 본래 선한 동물인데 억압이 심한 사회가 공격적이 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프로이트는 인간의 본성이 원래 잔인하기 때문에 이 사회의 법과 질서를 엄격히 통제해야만 이런 공격적 본능을 억제하거나 승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런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지난달 일어난 뉴욕 무역센터빌딩 테러 참사는 인간의 인간에 대한 비인간적 공격행동의 극치를 보여준 비극적 사례다. '인간이 짐승같다고 말하는 것은 인간 아닌 다른 동물(짐승)들을 모욕하는 일'이라는 미국 심리학자 스토어의 주장을 실감하게 해준,반인륜적 행동이었다. 어제 새벽 드디어 미국이 아프간을 공습,테러에 대한 보복전쟁에 돌입했다.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정권을 응징하는 것이 목적이라지만 전쟁의 속성상 죄 없는 아프간인들의 희생은 불보듯 뻔하다. 2천여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관찰했던 것처럼 탈레반 정권 내에는 합리적인 주장만으로는 설득될 수 없는 비이성적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복수를 하고 나면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것 같지만 적개심이 감소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복수가 본래 받은 피해를 훨씬 능가하는 과잉보복이 될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과연 인간의 공격성은 본능일까. '모든 테러를 끝내버릴 전쟁'은 결코 있을 수 없고 결과는 오히려 그와 정반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온 세계가 알고 있다. 어찌 됐든 인간이 인간을 비인간화시키는 공포의 전쟁이 또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