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 정리기관으로 구조조정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그동안 쌓아온 부실채권 정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또 부실채권 정리에 대한 체계적인 인프라를 구축해 세계적인 종합 자산관리회사로의 "발돋움"도 준비하고 있다. 부실채권의 성공적인 정리=자산관리공사는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공적자금을 집행하는 양대기관중 하나. 예보가 부실 금융회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기관이라면 자산관리공사는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사들인 뒤 이를 되파는 과정에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곳이다. 자산관리공사는 1997년부터 지난 7월말까지 21조6천억원의 공적자금을 조성해 99조5천억원(채권 액면가 기준)어치의 부실채권을 사들였다. 공사는 매입한 부실채권을 국제 입찰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 법원 경매 등의 방법으로 23조2천억원을 회수,2조원 가까운 차익을 실현했다. 이 과정에서 자산관리공사는 합작자산관리회사(AMC) 기업구조조정회사(CRC)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 등 이론적으로만 알려져 있던 선진 기법들을 국내에 성공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공사 관계자는 "미국 스웨덴 등 선진국의 부실채권 정리 사례를 연구.분석해 국내 실정에 맞는 정리모델을 적용했다"며 "이를 통해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부실채권 시장에 해외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고 이는 높은 회수실적으로 직결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부실채권시장 진출=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 정리 노하우는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9년에는 IFR아시아로부터 "올해의 구조조정 전담기관"으로 선정됐고 작년에는 유러머니 등 7개 해외 금융 전문지로부터 10여개의 상을 수상했다. 공사는 이같은 국제적인 신인도를 바탕으로 부실채권 문제를 안고 있는 세계 각국에 노하우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 99년 중국의 신달자산관리공사와 정보 공유 등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6개국 9개 부실채권 정리기구와 협약을 맺었다. 터키 슬로바키아 등 6개국과도 상호 업무교류를 추진할 예정이다. 협약의 "내용"도 과거의 단순한 정보 교환에서 부실채권 정리 관련 컨설팅 업무로 한단계 높아졌다. 중국의 화륭자산관리공사와는 ABS발행에 대한 자문계약을 체결,67만달러의 수수료를 받기로 했고 장성자산관리공사와는 2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각 위탁계약을 맺었다. 태국과는 국영 자산관리공사의 조직 구성 및 부실자산 정리 기법에 대해 자문해 주기로 계약했다. 공사는 해외기구에 대한 자문업무를 원활히 추진키 위해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정식 자문기관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자산관리 전문회사로의 발돋움=자산관리공사는 해외기관에 대한 컨설팅 업무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모건스탠리딘위터 골드만삭스와 같이 해외 부실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종합 자산관리 전문회사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사는 전문인력 확보 및 시스템 구축 등 내부 인프라를 쌓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