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주 금리를 0.5%포인트 추가로 내렸다. 이에따라 작년말 6.5%였던 연방기금금리는 이제 40년만의 최저치인 2.5%가 됐다. 미국 일본 유로지역을 합한 G3의 평균 실질 금리도 최근 세계적인 금리 인하 추세로 1970년대 이래 최저치다. 이같은 공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은 미국의 대대적인 재정 완화 정책과 맞물려 경제전문가들이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장기 채권 금리가 오르는 것은 투자가들이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덱스와 연동된 미국 채권들과 비교하면 투자가들이 걱정해야 할 것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정부가 돈을 더 빌려 채권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G3의 실질 금리가 수십년 만에 최저치라서 통화 정책이 예외적으로 완화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물론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미국의 실질 금리는 현재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인플레이션으로 따져보면 실질 금리는 아직 예년의 리세션 때보다 높은 1% 수준이다. 더구나 내년엔 물가상승률이 다시 떨어질 전망이어서 실질 금리는 다시 올라갈 것이다. 흔히 통화정책의 긴축·완화 정도를 가늠할 때 명목 금리가 명목 GDP성장률보다 높으면 통화정책은 긴축돼 있고 낮으면 완화돼 있다고 말한다. UBS워버그가 이 기준에 따라 최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현재 통화정책은 특별히 완화돼 있지 않다. G3의 명목 GDP성장률은 올들어 2·4분기까지 2.7%다. 이는 명목 금리의 평균치 정도다. 게다가 4·4분기에 경제가 긴축되고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면 명목 GDP성장률은 30년대 이래 최저인 1%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금리는 더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다가 지금은 예년과 사정이 다르다. 미국의 실질금리는 90년에도 지금처럼 낮았지만 당시엔 호황을 누리던 유로지역이 6.5%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유로와 일본 모두 망가져 있다. CSFB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 반세기만의 최저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할 정도다. 통화정책은 아직 충분히 완화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경기 하강기에는 금리 인하 효과가 평소 같지 않다. 기업과 가계는 생산능력이 남아돌고 부채가 많아 신규 대출을 원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전례없는 테러 때문에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금리가 내려가도 소비를 늘리려 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금리가 경기 회복에 필요한 충분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더 떨어져야 할지 모른다. 미국은 테러 이전에 이미 GDP의 0.6%에 달하는 세금 감면안을 통과시켰고,이제 GDP의 1%에 달하는 재정 지원안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통화정책은 뒤집기 쉽다는 점에서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깎아 주는 것보다 장기적인 예산 상태를 신경써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선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정부에 재정정책에 대해 신중할 것을 조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의 빚이 급증해 채권 금리가 올라가면 단기적인 금리 인하 효과는 반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ECB(유럽중앙은행)와 FRB는 금리를 더 내릴 여지를 아직 갖고 있다. 이들이 그렇게 할까. 중앙 은행들은 본질적으로 소심한 조직이다. 하지만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되고 앞으로 더 떨어진다면 디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안심시키는 것만으로는 이들의 역할이 충분치 않을지 모른다. 통화정책완화로 인해 물가가 2년동안 오를지라도 세계가 침체 수렁에 빠지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12일자에 실린 'How low can they go?'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