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주자들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구조조정 작업과 병행해 경기부양책을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경기부양을 찬성한 쪽에서도 그 속도와 방법에 있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민주당 노무현 상임고문은 경기부양책에 반대하는 대표 주자다. 노 위원은 경기부양책을 '마약'에 비유한후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만이 우리 경제가 살아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경기조절 정책의 일환으로 세제인하 재정확대 정책을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용인할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정부의 개입정도가 경기조절을 위한 미세조정(fine tuning) 수준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올바른 구조조정이 전제되지 않은 경기부양은 거품만 만들어 우리경제를 위태롭게 한다"는게 평소의 지론이다. 이 총재의 이런 시각에는 대선정국을 앞두고 정부의 '선심성' 정책을 막아야 한다는 전략적 차원도 다분히 담겨 있다. 반면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은 경기부양책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김 위원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적자 재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김중권 최고위원도 "금리.세제.재정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며 경기회복에 상당한 집착을 표시했다. 이에 비해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과 한화갑 최고위원, 그리고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 김덕룡 의원 등은 중도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박근혜 부총재는 "구조조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산업기반이 침체되면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며 조건부로 찬성했고, 이인제 위원과 한화갑 위원은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은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며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견해만 피력했다. 이밖에 탄력적 노사정책(이인제 위원) 부실기업 상시퇴출원칙 준수(박근혜 부총재) 친기업적 환경조성(김덕룡 의원) 등도 경기회복책으로 제시됐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