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경제 시대의 도래' 신기술 신제품 개발이 기업의 지상과제가 되고 있다.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져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기업의 실질적인 무기는 경쟁사와 차별화된 기술뿐이라는 인식이 다시금 확산되고 있는 것. 호황기에는 적당히 만들어 마케팅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하면 어느 정도 팔렸지만 불황기에는 시장이 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의 배수한 연구위원은 "불황기에는 마케팅과 브랜드 이미지보다는 구체적인 기술과 제품력이 기업의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 신기술이 시장을 만든다 =대우조선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에 들어가는 통합자동화시스템(IAS)을 국내 최초로 개발, 모두 16척(약 25억달러 어치)의 LNG선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LNG선은 LNG를 극저온에서 액화해 운송하기 때문에 첨단관리시스템이 필수적이지만 그동안은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통합자동화시스템 덕분에 일본을 제치고 가장 많은 LNG선을 수주하게 됐다"며 "1척당 건조 비용도 1백억원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9천2백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의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는 7천4백TEU급이 가장 큰 선박이지만 선박의 대형화 추세에 맞춰 미리 대비한 것이다. 삼성측은 현재 중국측과 9천2백TEU급 선박의 수주작업을 진행중이라며 일단 물꼬를 트면 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원가절감 기술로 극한상황을 이긴다 =현대하이스코는 오는 2004년까지 2백43억원을 투자해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강판용접 핵심기술(TWB)을 확보키로 했다. 이 기술은 재질과 두께가 다른 강판을 사용 목적에 맞게 용접하는 것으로 용접 공정을 절반 가량 단축해 준다. 따라서 이 기술이 있으면 원가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 회사는 또 조만간 5백억원을 투자, 자동차용 강관 신기술인 하이드로 포밍(Hydro Forming) 사업에 진출키로 했다. 이 기술은 프레스 가공 후 맞대기 용접을 실시, 제조하던 부품을 파이프 상태에서 높은 압력을 가해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하는 고부가가치 공법이다. 대우자동차는 2002년형 레조에 들어가는 범퍼를 신형으로 교체했다. 과거 일반 범퍼는 3중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이를 고강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일체형 시스템인 '에너지 업소버'로 변경해 비용을 절감하고 충격흡수 효과도 높였다. 또한 배출가스 저감기술을 바탕으로 자동차 촉매장치에 들어가는 귀금속량을 줄였다. 촉매장치로는 주로 백금 등 귀금속이 사용되기 때문에 이 기술의 적용으로 상당한 원가절감 효과를 얻게 됐다고 대우자동차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모듈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 기아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가운데 운전석과 차체(섀시) 부분을 현대모비스가 1차 조립해 납품함으로써 차량 생산기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미국의 텍스트론으로부터 최신 운전석 모듈기술을 받아들임으로써 2003년부터는 본격적인 운전석 모듈 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