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파워'는 여전했다. 한국 여자역도의 메카로 불리는 전북 순창여중 출신들이 다시 한번 메달을 싹쓸이하다시피했다. 10일 공주 영명고체육관에서 열린 제82회 충남전국체육대회 여고부 역도 48㎏급 3관왕 박영자(전북체고), 53㎏급 3관왕 박은진, 63㎏급 3관왕 이현정(이상 순창고)과 근육통으로 용상을 포기한 바람에 은메달 1개에 그친 58㎏급의 손지영(전북체고)은 모두 순창여중에서 바벨을 처음 잡은 동문이면서 여자역도의 기대주들. 이들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역도 명문 순창고에서 한솥밥을 먹었으나 운동 여건 등을 고려, 일부가 전학한 바람에 팀이 갈렸다.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유명한 윤상윤 감독이 이끄는 순창고는 지난해 대회에서 출전 5체급 석권으로 체전사상 단체팀으로는 처음으로 MVP를 거머쥐며 위세를 떨쳤던 바로 그팀. 순창고는 출전 선수 모두가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려 이번에도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이처럼 순창여중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전북 마령중학교 재직 당시 바로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전병관을 역도의 길로 안내한 고 정인영 교사의 정열적인 지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96년 무명의 학생들을 모아 순창여중에 여자역도팀을 만든 뒤 타고난 조련 솜씨로 팀 창단 1년만에 출전한 전국여자선수권에서 학생신기록을 6개나 세워 역도계를 놀라게 했던 정 교사는 순창을 '역도의 고장'으로 만든 장본인. 휴일도 반납했다던 정 교사는 혹독한 훈련으로 선수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지만 때로는 다정한 아버지처럼 강훈련에 지친 제자들을 위로하며 유망주로 육성, 순창고로 진학시켰었다. 이 덕분에 그의 애제자들은 벌써 국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오르내리며 한국 신기록도 작성하는 등 여자역도의 대들보로 커가고 있다. 지금은 순창고 윤상윤 감독이 순창여중 선수들을 겸임 지도하며 명성 잇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윤 감독은 "현 순창여중 선수들의 수준도 전국 최고"라며 "순창여중과 정인영 선생의 명예를 계속 잇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공주=연합뉴스)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