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테러와 전쟁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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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은 아프간인들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며 더구나 수백만의 이슬람교도들을 상대로 한 전쟁도 아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 전쟁은 테러리스트인 오사마 빈 라덴을 목표로 한 것이며 그를 숨겨주고 있는 탈레반정권을 상대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쟁은 미국이 그동안 벌여온 전쟁과는 다르다.
미국은 아프간에 우선 폭격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한 후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는 아프간 주민들을 위해 식량과 의약품을 낙하산으로 공수하고 있다.
또 이번 폭격은 아프간 주민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테러캠프와 군사시설에만 집중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은 '인간에 대한 전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부 이슬람인들이 일으키는 테러는 미국에 의해 빼앗긴 땅을 되찾고 이슬람 세계의 여러 곳에서 반란을 조장했던 서구에 대항하기 위한 혐오감의 발로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슬람인들은 증오와 유혈사태속에서 목표를 성취할 수 없다.
서구에 대한 증오심을 설교하는 사람들은 정치적인 허풍꾼들이다.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정신은 서구 민주사회의 이념이다.
아프간인들의 궁핍한 생활은 극에 달해 있다.
서방국가들은 전쟁을 통하지 않고 아프간을 개방해 집권 탈레반정권을 제거하고 새 정부를 세우려 했다.
이웃국가들인 이란 파키스탄 러시아등은 지난 20여년간 아프간인들을 황폐화시켰다.
테러와의 전쟁이 끝난뒤 아프간이 어떤 형태의 국가로 재탄생할지도 관심거리다.
과거에 유엔은 폴 포트의 학살이 자행되었던 캄보디아에 '민주주의 씨앗'을 심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캄보디아 국민들은 한동안 훈센정권하에서 신음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소말리아를 개혁하려 했으나 결국은 실패했다.
9·11테러사태 이후 서방세계는 '테러리스트 제거'라는 커다란 과제를 안게 됐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숙제다.
테러리스트들은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곳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빈 라덴 역시 탈레반 성직자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를 건설하려면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강력한 정치적 리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프간의 북부동맹에는 여러 정치가는 있을지 몰라도 권력이 집중된 지도자는 없다.
더군다나 북북동맹은 외부 도움없이는 국가를 재건할 힘이 없다.
그들은 탈레반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을 형성하고 있으나 아프간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는 않다.
또 그들이 소련이나 이란의 대리자였던 것도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있다.
아프간인들은 1979년 소련의 침입이라는 쓰라린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많은 어린이들이 소련이 매설해 놓은 지뢰가 터져 희생되었다.
북부동맹이 아프간에 종족 대표들을 집합시켜 민주적인 대표를 선출할 수 있을지,이탈리아 로마로 망명했던 모하메드 자히르 샤 전국왕이 아프간 국민통합의 상징이 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유명한 영국의 역사학자인 파울 존슨은 최근 "신 식민주의가 국제테러리즘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 식민주의는 과거처럼 식민지를 군대나 경찰같은 무력으로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행정·경제적으로 장악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또 아프간문제 해결책의 대안으로 옛 국가연맹시스템의 복원을 제안했다.
물론 그의 주장이 1백% 타당한 것은 아니다.
이번 테러와의 전쟁이 주는 교훈은 '동기의 타당성은 힘의 사용에 정당성을 부여하지만 그 정당성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약한 사람들을 구원하려는 의지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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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Bombs and Bundles in a New Kind of War'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