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보여도 (나도) 닛케이를 읽고 있어요..." 도쿄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지하철 도에이 신주쿠선의 진보초역 플랫폼. 전차 문이 열리기 무섭게 쏟아져 나오는 승객들은 20대 초반의 여성 한 명이 등장하는 벽 광고 하나를 매일 마주치게 된다. 쑥스러운 듯하면서도 얼굴 한 구석에 자부심을 가득 담고 있는 표정의 이 미녀모델과 광고 카피 옆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제호가 조그맣게 걸려 있다. 발행부수 3백4만8천29부(2001년 4월, 조간 기준)로 경제지중 세계 최대, 일본의 모든 신문중 해외판매 부수 1위, 경제를 알고 싶은 사람들의 살아 있는 교과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매스컴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독자들의 기대, 그리고 신뢰는 닛케이(니혼게이자이를 줄여 부른 이름)가 내건 광고 카피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한창 자유분방할 나이라 흥미 본위의 기사만 좋아하고 경제신문은 보지 않을 것 같다고요? 오해하지 마세요. 경제신문을 보지 않고 어디 현대를 살아간다고 할 수 있나요. 경제신문이야 말로 정보의 보물창고이자 생활의 길잡이 아닙니까" 일본 독자들 사이에 심어진 닛케이의 위상을 설명하는 데는 수식어가 거의 필요치 않다. 지면의 70% 이상을 경제 관련 기사에 할애하는 닛케이는 말 그대로 살아 숨쉬는 첨단 정보의 보고다. 주식, 외환, 산업, 국제금융에서 정치, 사회, 생활에 이르기까지 '정확'과 '신속'으로 무장한 새소식이 독자들의 입맛에 꼭 맞는 맞춤 사이즈로 지면 곳곳마다 가득 들어 있다. 아침에 닛케이를 읽지 않으면 회사에 출근해서 대화에 낄 수 없다는 이야기가 과언이 아닐 정도로 통근 전차내는 닛케이 일색이다. 서울이 무색할 만큼 전차 안은 승객들로 터져 나가도 숨막히는 공간을 쪼개가며 손에 든 신문은 십중팔구 닛케이다. 닛케이가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최대 흡인력은 정보의 질과 비전, 그리고 균형잡힌 시각에 있다. 특히 산업, 금융, 경제동향과 IT(정보기술)에 관한 닛케이의 기사는 스피드와 깊이에서 다른 신문들을 압도한다. 발행부수가 1천만을 넘는 종합지들은 외형과 부수를 무기로 앞세우지만 경제 기사의 신뢰와 정확도에서 닛케이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 작년 하반기부터 러시를 이루고 있는 철강, 화학, 금융산업계의 합병, 제휴 소식은 도맡아 놓고 닛케이의 특종이다. 평면 보도에만 강한 것이 아니다. 닛케이의 또 다른 파워는 비전 제시에 있다. 일본의 경쟁력, 경제회생과 건강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추구하는 닛케이는 일본 정부와 경제, 산업계, 국민이 걸어가야 할 길을 깊이 있는 특집, 분석기사로 제시하고 있다. 정치가와 관료들에게는 분발과 자극을, 독자들에게는 희망과 목표를 가리키며 건강한 사회의 길잡이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퀄리티 페이퍼'를 지향하는 닛케이의 정보는 거미줄처럼 깔려 있는 취재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되고 걸러진다. 36곳에 달하는 해외 거점과 1백80명에 달하는 해외 취재 인력은 일본 신문들중 규모와 질에서 최대를 자랑하며 도쿄, 오사카 본사를 포함하면 취재 인력은 약 1천3백명에 이른다. 취재 인력의 노력과 열의도 닛케이를 받쳐 주는 보이지 않은 힘이다. 닛코증권 도쿄지점의 한 한국인 간부는 "증권거래소를 담당하는 카지와라 기자가 저녁 10시 이전에 퇴근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식사를 같이 하다가도 회사로 반드시 돌아가는 집념이 무섭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꼭 필요한 신문을 자부하는 닛케이의 면모는 판매에서도 읽혀진다. 닛케이에는 공짜가 없다. 상당수 종합지들이 서비스 구독기간을 주는 것과 달리 한달에서 하루가 더 지나더라도 일할 계산으로 쳐서 받는다. 신문 값도 종합지들이 월 3천9백25엔인 것과 달리 4천3백83엔으로 10% 이상 더 비싸다. 정말 원하는 독자만 고객으로 모신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1876년 12월 추가이물가신보로 출발한 닛케이는 1946년 오늘의 니혼게이자이신문으로 사명을 바꿨으며 1968년 1백만부를 돌파한 후 고성장을 거듭해 왔다. 출판, 방송, IT, 광고, 인쇄, 부동산 서비스와 관련된 수십개의 자회사와 닛케이연구센터, 닛케이산업소비연구소 등 4개의 싱크탱크를 거느리고 있다. 2000년 매출액은 닛케이 본사만 2천5백억엔, 계열사를 합칠 경우 5천5백억엔에 달했다. 해외를 포함, 모두 3천8백84명(2001년 4월 기준)이 일하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