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지난 3월이후 7개월 연속 작년 대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3.4분기까지 수출은 1천1백43억5천5천백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1천2백70억5천4백만달러에 비해 10.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 수입은 1천1백90억4천1백만달러에서 1천67억2천7백만달러로 10.3% 감소,올해 무역수지 누적흑자는 76억2천8백만달러에 머물고 있다. 특히 분기별 수출은 1.4분기 4백억9천6백만달러 2.4분기 3백84억4백만달러 3.4분기 3백58억5천5백만달러 등 예년과는 정반대로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 수출은 정부의 목표(1천7백30억달러)에 크게 못미치는 1천6백억달러조차 달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미국 테러사태 후유증까지 겹쳐 내달 중순 이후 기대했던 "크리스마스 특수"도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최근 수출 동향=산자부가 잠정 집계한 "9월중 수출입 실적(통관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백26억2천3백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의 1백51억3천3백만달러에 비해 16.6% 줄었다. 이는 선진국들의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주종 수출품목인 반도체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품목별 수출을 보면 반도체가 9억7천만달러로 작년 같은달에 비해 63% 감소한 것을 비롯,컴퓨터(-34%) 철강(-5%) 석유화학(-12%) 선박(-13%) 석유제품(-40%) 섬유류(-5%) 등 대부분이 뒷걸음질쳤다. 반면 무선통신기기(27%) 가전(2%) 생활용품(2%) 전선(30%) 자동차(2%)는 비교적 호조를 보였다. 수출감소의 주범이었던 반도체는 7월 8억8천만달러,8월 9억달러,9월 9억7천만달러를 기록하고 컴퓨터도 펜티엄4 출시에 힘입어 8월 8억달러에서 9월에는 9억1천만달러로 늘어나는 등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수출도 제너럴모터스(GM)의 인수가 가시화된 대우차의 선전으로 12억7천만달러를 기록,작년 9월에 비해 2% 늘었고 휴대폰을 포함한 무선통신기기도 27% 늘어난 9억4천만달러를 수출했다. 지역별로는 유럽연합(3.2%) 중동(6.4%) 대양주(59.3%) 아프리카(38.4%) 지역은 호조를 보인 반면 미국(-12.7%) 일본(-28.2%) 아세안(-15.3%) 중국(-1.0%) 중남미(-8.8%) 등 주력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수출감소폭이 최근들어 다소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수출은 지난 2월 5.1% 증가 이후에 3월 -2.1%,4월 -10.3%,5월 -9.0%,6월 -14.6%,7월 -21.0% 등을 기록하며 감소율이 커졌으나 8월 -20.1%,9월 -16.6% 등으로 두달째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추석연휴가 끼어 있던 작년 9월에 비해 9월 중 통관일수가 이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수출규모가 7월(1백14억달러),8월(1백18억달러)의 1백10억달러대에서 9월에 1백26억달러를 기록하며 양적으로 늘어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향후 수출 전망=산자부는 당초 지난 7~8월을 바닥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했던 미국 테러사태로 4분기부터 본격적인 상승 국면을 탈 것이라는 예상도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이른바 V자형의 회복이 아니라 바닥세가 지속되는 L자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 3분기 수출실적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2%나 감소,2분기의 11.5 % 감소보다 부진의 늪이 깊어졌다. 4분기에도 상황을 반전시킬 요소가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9월에는 미국 테러참사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4분기부터는 미국의 소비심리 위축현상이 수출에 그대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대미수출 비중이 20%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타격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8월에 114.0에서 9월에는 97.5로 떨어지면서 11년만의 최대낙폭을 기록한 점은 이같은 예상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더욱이 "테러쇼크" 여파로 미국의 최대 대목인 "크리스마스 특수"가 실종될 경우 PC나 의류 등 크리스마스 선물용 품목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해 산자부 관계자는 "당초 4분기로 기대했던 수출회복은 미국의 테러사태 여파로 내년 이후로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산자부 관계자도 "이번 사태가 전쟁으로 비화되고 중동지역까지 연루돼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는다면 아시아 주요 수출국의 동반부진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KOTRA가 중동과 미주 유럽 일본 중국 멕시코 등 7개 해외무역관을 통해 현지 분위기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경기를 조망한 결과에서도 향후 수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현지 바이어들은 소비위축을 우려해 수입물량을 크게 줄이고 있으며 미국 기업 또한 수익률 하락을 점치고 있다. 여기에다 항공산업을 중심막?대규모 감원이 잇따르고 있어 미국 경기는 상당기간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테러 참사로 무선통신기기 보안장비 방산제품 등이 수출유망 품목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시장 전망도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지역은 항공 보험 금융 관광산업 등이 크게 위축됐지만 미국의 보복조치가 장기전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조기에 정상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부터 유로화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면 자동판매기 지폐감식기 카드리더기 전자저울 전자계산기 등이 유망 수출상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또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LCD모니터,디지털 카메라,DVD,MP3 등 최신 가전제품의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은 미 테러사건으로 현지 소비가 크게 줄고 있는데다 중국제품의 저가공세와 일본업체의 역수입품이 증가하고 있어 국산 제품의 수출이 고전을 면키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자동차부품을 중심으로 최근 수출이 늘고 있는 가공식품류 네크워크장비 금형제품에 대한 수출은 여전히 유망하다. 이밖에 큰 성장세가 예상됐던 중동지역은 미국의 보복공격과 아프가니스탄의 재테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대형프로젝트 발주를 연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은 테러사태에도 불구,견고한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으며 다른지역들도 보복공격이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전쟁특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