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진주 '바이칼 湖'] 아득한 수평선 너머 태고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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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아니라 직접 눈으로 확인한 '시베리아의 진주' 바이칼호는 호수라기보다 바다로 부르는게 옳을성 싶다.
어디가 수평선의 끝이고 어디부터가 하늘인지 모른다.
파도는 줄지어 밀려와 끝없이 대지를 적신다.
러시아의 이르쿠츠크주와 브리야트주에 걸쳐 초승달 모양으로 누워 있는 바다같은 호수.
남북길이는 부산~평양간 거리와 비슷한 6백36km.
동서폭 28~80km, 둘레 2천km, 면적은 3만1천5백㎢.
남한의 3분의 1 크기인 담수호로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바이칼은 타타르어로 '풍부한 물'이란 뜻.
이 거대한 호수가 시베리아의 은둔에서 벗어나 서서히 인간의 시선을 끌기 시작하고 있다.
호수 인근 도시와 세계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항공편이 속속 개항하면서부터 세계인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주마간산' 격으로 바이칼호 인근 관광지 두곳을 찾았다.
한번은 이르쿠츠크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가량 달려 호수의 서남쪽 끝 리스트비얀카에 들렀다.
가을햇살을 받은 수면은 쪽빛으로 넘실거리고, 서산에 걸린 붉은 해에 둘러싸인 주변의 연봉들은 비경을 연출한다.
선착장엔 여러척의 배가 묶여 있다.
주변에는 바이칼의 명물 '오물'이란 고기를 석탄불에 구워 판다.
뼈가 없고 육질이 부드러워서인지 먹기에는 제격이다.
또 다른 관광지 가라진스키.
울란우데에서 4시간 걸리는 곳으로 바이칼의 허리부분에 위치해 있다.
온천과 머드팩으로 유명한 아담한 마을이다.
낡고 고풍스런 풍경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년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가는길에 끝없이 펼쳐진 시베리아의 삼림과 초원이 시선을 붙잡아맨다.
러시아 농촌의 목조가옥들도 주위 풍경과 어울려 아름다움을 뽐낸다.
북쪽으로 1시간 더 거슬러 올라가면 국립공원인 '우스치 바구진'이 나온다.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곳이다.
너무 개발이 되지 않아서인지 주변에는 관광객들이 묵을수 있는 숙박시설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빼어난 경관을 관광자원으로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바이칼호는 지구상의 호수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2500만~3000만년전에 만들졌는데도 노쇠현상은 커녕 계속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광활하고 깨끗한 호수의 한편에선 환경오염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펄프공장에서 마구 내뿜는 폐수가 이 신비의 호수를 서서히 죽이고 있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스트비얀카(러시아)=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