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출이다] 발목 묶고 열심히 뛰라니... .. '수출부진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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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전선에 있는 기업들은 정부에 불만이 많다.
발목 잡는 비현실적 규제가 여전하고 금융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무역상사 관계자는 "종합상사와 해운처럼 수출로 먹고 사는 기업들 대부분이 신용장으로 거래를 하기 때문에 매출이 장기간 부채로 잡혀 있다"며 "부채비율 2백%를 지키라고 한 것은 장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성토했다.
또 한 수출업체 관계자는 "정부측에서 은행들에 신용도 낮은 국가에 대한 수출보증을 자제하라고 주문해 수출시장 다변화를 꾀하려고 해도 개도국 등 신흥시장으로 진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금융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누차 지적되는 문제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조사한 결과 수출하는 기업들이 호소한 74건의 애로사항중 금융 및 보험과 마케팅 분야가 각각 27%와 18%로 가장 많았다.
수출보험과 해외마케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부족하거나, 있더라도 효과가 미미함을 뜻하는 것이다.
또 관계자들은 은행이 담보를 요구하는 관행이 여전해 수출기업에 대한 원부자재 수입결제와 설비투자 등을 위한 외화대출이 최근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품목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도 문제다.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유화 선박을 합친 5대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41.5%나 됐다.
특히 전체수출의 15.1%를 의존하고 있는 반도체는 지난해 D램사업에서 50%가 넘는 마진을 남겼던 삼성전자가 올해는 적자를 우려할 만큼 경기부침(Fluctuation)이 심한 특성을 갖고 있다.
또 특정 지역 편중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은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3분의1 이상(33.7%)을 미국과 일본에 팔았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경기가 침체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도 망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95년 우리의 10대 수출국과 지난해의 10대 수출국을 비교하면 중국 대만 영국 등이 한두 단계 상승한 것을 빼면 별 다른 변화가 없다.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유럽과 중남미 시장 개척을 강조하고 있지만 앞서 지적된 것처럼 정부와 금융계가 한몸이 돼 돕지 않는 한 현지 시장 기반과 전문가 부족으로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반덤핑이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말 통계로 한국은 중국 일본 대만에 이어 세계에서 네번째로 반덤핑 규제를 많이 받고 있다.
6월말 현재 선진국으로부터 32건, 개도국에서 37건 등 총 69건의 규제를 받고 있다.
하지만 무역협회가 상반기에 제소당한 경험이 있는 2백개 회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을 때 27%가 해외시장 정보와 전문가 부족 등으로 전혀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답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피해를 보는 수출업체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수출업체 2백5개를 대상으로 해외 마케팅의 애로점을 물었을 때도 해외시장 정보부족이 40.7%로 가장 많고 무역전문인력 부족이 24.7%로 뒤를 이었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산.학.관의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
특히 한국산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에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나서야 한다.
상품경쟁력이 높아져도 메이드 인 코리아가 중저가로 매도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KOTRA 관계자는 "중국에서 애니콜이 잘 팔린다지만 메이드 인 재팬이 찍혀 있었다면 시장점유율이 훨씬 높았을지 모른다"며 국가 이미지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