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 치고 핀란드의 '노키아(Nokia)'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핀란드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노키아 뒤에 숱한 벤처기업이 있었고,이들 기업의 기술을 보고 자금을 지원할 줄 아는 '테케스(Tekes)'라는 금융기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핀란드가 환란과 옛 소련 붕괴의 후유증 등 두차례에 걸친 난관을 극복,독일이라는 세계적 제조기술강국을 이웃에 두고도 오늘날 세계 3위 지식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특화된 시장에서 기술 하나로 승부를 낼 수 있는 저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일본이라는 거대한 제조기술강국을 옆에 두고,차이나 쇼크로 불리는 강력한 경쟁국의 출현을 바라보면서 미래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기술'외에 어떤 대안도 없음을 핀란드의 예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이를 뒷받침해 줄 만한 한국의 '테케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많은 금융기관을 갖고 있지만 기술을 평가하고 기술이 우수한 기업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하는 시스템은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들어 기술신용보증기금이 기술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일을 시작했으나 대부분 대출 위주로 지원되고 있다. 이러한 대출도 어느 정도 자본확충이 이루어져야 원활히 집행될 수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의 주 자본 원천 역할을 해주는 벤처캐피털은 기술평가의 어려움이나 코스닥시장의 침체 등으로 벤처가 필요로 하는 자본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재정경제부가 도입하려는 '벤처투자 손실분담 및 이익공유제도'는 기술력이 우수한 벤처기업이 자본 확충을 위해 보다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 제도는 기업의 자기자본 조달을 쉽게 해 재무구조를 개선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벤처기업을 키워 한 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끌게 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의해 자금을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나,이러한 지원이 단순한 대출보다 기업의 자기자본을 확충시킬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덴마크가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99년 한햇동안 10억덴마크크로네를 보증지원하고 오스트리아도 활발한 지원 활동을 펴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시장의 원리에 따라 높은 수익을 원하는 사람은 높은 리스크를 져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희망이면서도 아직 정착되지 못한 벤처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육성하는 것이 우리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면 새로운 제도를 적극 도입하는 것이 반드시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되고,또 원만히 운영되어 제도 본연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첫째,추가적 재정부담이 없어야 한다. 다행히 시행 초기인 만큼 B등급 이상인 우수벤처에 한정해 운영하고,사고율보다 다소 높게 수수료를 받으면 자본이득을 감안할 때 이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손실부담비율에는 가급적 자기책임원칙이 충실히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많은 보상을 요구할 경우 그 만큼의 비용을 부담시키되 50%가 넘지 않는 범위가 타당할 것이다. 끝으로 이 제도는 궁극적으로 모든 벤처기업에 개방돼야 한다. 형평성 원칙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엄격한 기준을 정해 이를 충족하는 기업에 대해선 같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벤처업계는 혹독한 구조조정기를 맞고 있다. 우수한 벤처가 살아남아 우리경제의 활력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핀란드가 성공했듯이 우리도 성공할 수 있다. '기술력'만이 우리가 이 어려운 파고를 헤쳐갈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에 기술력있는 우수벤처가 많이 육성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시급히 요망된다고 할 수 있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