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은 11일 주요 금리를 변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CB는 이날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조달금리(레피)를 종전 수준인 3.75%로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2.75%와 4.75%로 동결했다. ECB가 금리 인하 예상을 뒤엎고 금리를 변경하지 않은 것은 경기부양 보다는 금융시장의 안정적인 운용과 물가안정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 테러 참사로 촉발된 경기후퇴에 대한 우려감과 경제 전반에 대한 불투명성이 심화됨에 따라 시장주변에서는 ECB가 격주로 열리는 이번 정례회의에서 추가 로금리인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ECB는 지난달 17일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를 단행한 직후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주요 금리를 0.5% 포인트 내리는 금리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지난달 금리인하 조치는 지난 99년 ECB 출범 이후 4번째이며 사상 처음으로 FRB와 보조를 맞춰 인하한 것으로 ECB의 금리 정책이 적극적인 시장개입 쪽으로 전환될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ECB가 이번에 경제계 뿐 아니라 정치권의 금리 인하 압력을 거부함으로써 신중한 거시조정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빔 두이젠베르크 ECB 총재는 금리를 인하한 지 한달도 못된 상황에서 또 다시금리인하를 단행하는 것이 시장의 신뢰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밝혔다. 두이젠베르크 총재는 ECB는 이미 올해 들어 2차례의 금리인하 조치를 통해 주요금리를 1% 포인트 내린 바 있다고 밝히고 ECB가 금리를 통해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두이젠베르크 총재는 미국 테러참사가 경제에 미친 충격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유로화 사용 12개국의 경제가 "매우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