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의 나라 프랑스. 특히 패션 분야에서는 샤넬을 비롯해 크리스티앙 디오르 등 세계적 디자이너를 탄생시켰다. 이처럼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유행 선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만은 열등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프랑스에 자존심을 살려준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필립 스탁이다. 그는 독특한 선과 포스트모던적인 파격적 디자인으로 "스탁 라이프 스타일"이란 유행을 창조했다. 파리의 스탁 매니어들은 "스탁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 "스탁 의자"에 앉아 "스탁 수동 과즙기"로 만든 쥬스를 마신다. 주말 오후에는 루브르 박물관 광장의 카페 마를리에서 스탁의 실내 데코레이션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신후 저녁은 스탁이 실내 건축을 한 "르봉" 레스토랑에서 한다. 이어 친구들과 어울려 가는 디스코텍 역시 스탁의 아이디어로 장식된 "레 뱅 두슈"다. 이같은 필립 스탁 열풍은 프랑스에서만 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뉴욕과 마이애미,도쿄 등 대도시 초일류 호텔에서 그를 부른다. 그의 손길이 닿으면 새로운 명소로 부상하기 때문이다. 뉴욕의 파라마운트 호텔을 비롯해 1913년에 지어진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의 샌프란시스코 클리프트 호텔의 재건축도 필립 스탁이 맡았다. 필립 스탁은 미국의 고급 호텔 실내 장식 스타일을 변화시켰다. 이처럼 그의 파리 디자인 스튜디오(The Starck product)는 지구촌의 고급 생활문화 흐름이 탄생하는 곳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들의 많은 제품들이 이곳에서 디자인된다. 그리고 세계 주요 전시회 실내 건축 디자인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가정 생활용품 및 오브제 디자이너로 출발한 그가 천재적 실내 건축가로 인정받게된 것은 1982년 고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재임시 엘리제궁의 아파트 실내장식을 맡으면서다. 그후 84년에는 그 유명한 "리챠드 암체어" 의자를 디자인하며 가구 디자인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단순 오브제에서부터 생활용품,가구,실내.외부 건축 등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곳에 영감과 아이디어를 불어넣는 그는 오늘날 완전히 토털 디자이너로 자리 잡았다. 필립 스탁이 세계 실내 건축 분야에서 이처럼 큰 명성을 누리는 것은 그가 데코레이션의 구성요소가 되는 오브제와 가구 디자인을 직접 하기 때문이다. 최종 목표인 공간 자체뿐만 아니라 그 공간을 꾸밀 소품부터 같은 컨셉트로 통일시켜 실내 장식 전체를 거의 예술로 승화시킨다. 필립 스탁의 인기는 보보스(보헤미언 부르죠아)라는 새로운 사회계층 출현과도 관련이 있다. 30~40대의 경제력을 갖춘 이들은 개성을 중시하며 독특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한다. 즉,이들에게 디자인은 물건이나 공간의 겉모양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라이프 스타일을 결정짓는 개념인 것이다. 필립 스탁의 국제적 위상은 프랑스 산업 디자인 수준 이미지 제고에도 큰 역할을 했다. 얼마전 프랑스 르노자동차에서 미국 제네럴모터스의 수석 디자이너로 특채된 안느 아상시오는 출국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모든 게 필립 스탁 덕분"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인이 그것도 여성 디자이너가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 디자인실을 지휘할 수 있게 된 건 바로 필립 스탁과 같은 프랑스인 디자이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