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전인 제53회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람회가 지난 10일 개막돼 '지구촌 책축제'가 한창이다. 1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도서전에는 세계 1백17개국에서 6천8백여개 출판사가 참가,38만여종의 책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도서전은 아동,취미,처세 등 실용서적과 예술서적의 신간발행 종수가 지난해에 비해 늘어난 반면 문한.인문 서적은 줄어든 점이 특징. 실용서적과 엔터테인먼트 서적, 예술서적 전시관에는 각국의 서적상과 관람객들로 연일 붐비고 있고 아동서적도 더욱 풍성해졌다. 이에 비해 문학.인문서적 전시관에는 썰렁한 기운마저 감돌고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전자미디어관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3분의 1 가량 줄어든 2백개 업체만 참가해 세계 IT(정보기술) 업계의 침체를 반영하고 있다. 한편 이번 도서전은 미국 테러사건으로 인해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다. 우선 참가를 신청한 18 일본 출판사 중 절반이 넘는 10개가 '국제상황 변화'를 이유로 불참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의 출판사들은 당초 우려와 달리 대부분 예정대로 참가했다. 그러나 미주 지역 에이전트들은 불참률이 높아 일부 상담이 취소되는 등 차질을 빚었다. 전시장에는 '이스라엘 출판사들이 철수했다'는 등의 근거없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또 무장경찰이 전시장 주변을 삼엄하게 경비하고 영.미관 출입자들은 별도의 보안검사를 받는 불편을 감수해야했다. 그러나 주최측은 전체 관람객수가 지난해에 비해 10~15%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도서전에 참가한 한국 출판사들은 그동안 고질병처럼 되풀이돼온 판권경쟁을 자제하는 등 차분한 모습이었다. 다만 이동서적 번역출판을 겨냥한 일부 출판사들은 10명 이상의 대규모 구매단을 보내 판권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국산 도서의 수출상담도 활발해 12개 출판사와 공동으로 한국관을 연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올해 판권 수출액이 지난해(38만달러)의 3배 가까운 1백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영진닷컴, 이 플래닛, 와이즈북 등 전자책 및 멀티미디어 관련 업체들은 개별 부스를 마련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프랑크푸르트=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