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만든 얼굴...예술...인생 .. 조각가 최종태 고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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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됐다면 왜 하겠어.예술에는 완성이 없고 그게 바로 예술가의 비애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고희전을 갖고 있는 조각가 최종태씨(서울대 명예교수)는 아직도 '얼굴'에 집착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이처럼 우문현답식으로 답한다.
한국 현대조각 1세대인 최씨는 1970년대 이후 30여년간을 '얼굴'이라는 한 소재만을 탐구해 온 작가다.
'일흔의 시간,얼굴'이라는 전시제목이 말해 주듯 이번 개인전에서도 얼굴을 주제로 1백40여점에 달하는 작품이 가나아트센터 전관을 가득 메웠다.
대리석 청동 나무 테라코타 조각에서 파스텔 매직 먹 연필 판화 등 평면에 이르기까지 모두 10여 가지 매체를 이용한 작품이 연대별로 정리돼 전시 중이다.
서울대 조소과를 나온 최씨는 김종영과 장욱진을 각각 입체와 평면 매체의 스승으로 삼고 다양한 표정의 '얼굴만들기'에 전념해 왔다.
정면은 얇고 날렵해 회화의 선적인 요소를 강조한 반면 측면은 길고 넓어 풍부한 양감을 느끼게 한다.
그의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친근한 느낌을 준다.
구도적 경건함과 세련미도 함께 갖춰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종교를 근간으로 하는 중세나 이집트의 단순한 미를 추구하면서도 한국 고유의 불상이나 목각,석인상이 지니고 있는 조형적 특징을 간파해 자신 만의 예술세계로 만들어 왔다.
대부분의 작가가 그렇듯이 최씨의 얼굴에는 작가 자신의 삶과 내면이 담겨 있다.
70년대,80년대,90년대,그리고 현재의 얼굴들이 조금씩 다른 표정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동그란 눈,틀어 올리거나 파마를 한 듯한 머리,날씬하게 뻗은 콧날 등 부분적으로 나타난 곡선이 정면의 직선과 얼굴의 무표정함에서 느껴지는 긴장을 효과적으로 완화시켜준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간직하고 있다.
"나의 얼굴 작업은 끝나지 않았지.끝나지 않았으니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거야.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야"
작가는 인체 한 부분으로서의 얼굴이 아니라 인간 전체를 하나의 조형으로서 만들고 싶은 것 같다.
그의 작품에서 '형태'는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얼굴을 통해 인생을 표현하고 형상을 탐구하고 있는 셈이다.
글 쓰기에도 능한 최씨는 이번 고희전에 맞춰 '이순의 사색' '고향 가는 길' 등 두 권의 저서도 낼 예정이다.
11월11일까지.
(02)720-1020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