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우 < 우리기술 사장 dwkim@wooritg.com > 얼마 전에 나는 차를 바꾸었다. 전에 타던 차가 주행거리 20만㎞를 바라보게 되니 주변의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새 차가 생기고 보니 신경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물차를 몰 때는 무심했는데 작은 흠집 하나만 생겨도 차 전체가 망가진 듯한 기분이 든다. 때마침 출·퇴근 시간을 줄이려고 일산에서 서울로 이사를 했다. 그런데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 이사온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다 보면 어디에 세워야 할지 한참 고민하게 된다. 모양새가 험해 차주인이 관리를 포기한 것같은 차 옆은 피한다. 또 트럭같은 차도 왠지 거칠게 몰 것같은 생각이 들어 웬만하면 가까이 가지 않는다. 주차선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비뚤어지게 세워진 차도 주의대상이다. 한 대가 그런 식이면 다른 차들도 어쩔 수 없이 주차선을 벗어나게 되고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그러잖아도 비좁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까탈을 부리다 보니 밤늦게 집에 들어오기 일쑤인 나로선 주차가 여간 짐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좀 안심이 되는 자리를 찾으려면 주차장을 몇 바퀴는 돌아야 했다. 그런데 최근에 그런 고민이 크게 줄어들었다. 드디어 내 새 차가 안심하고 쉴 곳을 찾은 것이다. 그것은 어느 트럭의 옆자리다. 그 트럭이 눈에 띄게 된 것은 처음엔 '트럭답지 않게'언제나 깨끗한 외관 때문이었다. 그런데 유심히 보니 그 트럭은 언제나 주차선의 한가운데를 정확히 맞춰 서 있었다. 한 달 넘게 지켜봤지만 변함이 없었다. 나는 마음 속의 금기를 깨고 그 트럭 옆에 차를 세우기로 했다. 자기 차를 이처럼 깔끔하게 관리하고 반듯하게 주차하는 사람이라면 남의 차도 소중히 여길 거란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나는 그 트럭의 주인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남을 잘 배려하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일 것 같다. 밤늦게 주차장에 들어섰을 때 그 트럭 옆에 빈자리가 있으면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 그 옆에 못 세우더라도 반듯하게 서 있는 그 트럭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이웃과 그의 트럭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