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조업 중단 위기'란 돌발 변수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방한 정국을 급랭시키고 있다.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와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우리 국민의 감정이 격앙되고 있는 지금 꽁치조업 파동까지 겹쳐 한·일 관계를 복원시키려던 양국 정부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이 고이즈미 총리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충분한 사과와 꽁치 문제에 대한 해법 제시가 없을 경우 국회 방문 때 항의시위를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주요 의제=△과거사인식 △테러 근절 △대북포용정책 △월드컵 협력방안 등 기존 현안에 꽁치조업 파문이 추가됐다. 고이즈미 총리는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테러 근절,대북포용정책,성공적인 월드컵 개최 등을 위해 보조를 같이한다는 입장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서도 '사과'의 뜻을 우회적으로 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이즈미 총리가 여덟시간에 불과한 방한기간 중 국립현충원과 서대문 독립공원 등을 방문하는 것도 나름대로 '사죄'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주 초 중국을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과거사에 대한 사죄를 명시적으로 피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꽁치 조업에 대한 해법도 마련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일본은 우리 어민들의 꽁치조업 지역인 남쿠릴 열도가 영토 주권과 관련돼 있다며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판적인 국내 반응=일본교과서 바로잡기 운동본부 등 17개 사회단체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방한일에 맞춰 '군국주의 부활·일본교과서 왜곡 및 신사참배 반대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어민들도 연일 '방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게다가 여야 정치권도 고이즈미 총리의 이만섭 국회의장 방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특히 박명환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이재오 원내총무,유흥수 한·일연맹간사장 등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의장실 주변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출입 때 항의시위를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고이즈미 총리의 국회의장 방문을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