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감도와 설계도는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도면으로 어떻게 건물을 지어 나갈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한 중견 공무원이 털어 놓은 고민이다. 증권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차단키 위해 준사법권을 갖는 조직을 금감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두기로 결정은 났으나 추진과정 인력충원 등 예상되는 문제점이 한 둘이 아니라는 얘기다. 행정자치부와 협의중이지만 직제도 쉽게 결론나지 않고 있는 데다 법무부와 협의해야 할 법률적 권한문제 역시 상세한 부분까지 최종 매듭짓자면 시간이 좀더 걸릴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국세청 세무조사권' 수준이라는 준사법권을 1백% 제대로 행사할 인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점.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 등 최근의 금융사고에서 나타났듯이 주가조작, 내부정보 이용 거래, 부당공시 등 불공정거래 수법은 날로 고도화되고 있다. 준사법권을 행사할 조사담당 부서는 이런 사고를 사전 예방하고 발생 초기에 즉시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준사법권이 주어진다고 해서 날뛰는 증권시장에서 불공정거래를 제대로 막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금감위가 공무원 30명의 3개 과를 갖춘 국(局) 설치를 요구하는데 반해 행자부는 15∼20명 수준의 과(課)단위 부서를 권하고 있어 누가 맡든 어려움이 훤히 예상되는 부서다. 자칫 '이용호 게이트' 같은 사고가 감독당국의 감시망을 뚫고 재발할 경우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일은 어렵고 자원자는 적을 것으로 예상돼 실무자들은 이 업무를 담당할 부서장 충원을 놓고 몇 가지 안을 강구중이다. 먼저 국 단위로 신설될 경우 승진 카드와 결부시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등 관련 부처에서 적임자를 물색, 불러오는 방안도 있지만 금감원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금감원의 조사 경력자를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에서 일하다 금감위 공무원으로 신분이 바뀌면 급여가 상당폭 줄어든다는 점 등이 걸림돌이다.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한 뒤 임무를 끝내고 나면 승진 메리트를 줘 금감원에 복귀시키는 방안이 보완책으로 검토되고 있다. 적정 인력의 확보와 운영을 둘러싼 금감위의 시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