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중국인들의 돈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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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취재 차 양쯔(揚子)강 하류의 작은 도시 양저우(揚州)에 들렀다.
양저우는 베이징(北京)으로 연결되는 대운하가 양쯔강과 만나는 고대 중국의 물류 중심지.장쩌민(江澤民) 주석의 고향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수·당 시대 남부지역 최대 도시였던 양저우의 문물을 보기 위해 시립박물관을 찾았다.
그러나 박물관에 들어서는 순간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볼만한 유물은 거의 없이 박물관 앞뜰엔 가짜 골동품을 파는 상인들로 북적댔다.
중국 대부분 사찰에서도 이 같은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대웅전 불상 앞에 상품판매대를 설치해놓고 기념품을 파는 절도 여럿 봤다.우리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양저우 시정부 관리들은 '박물관 관리가 엉망'이라고 지적하면 "박물관이 저 사람들에게 먹거리를 주지 않느냐"라고 우스갯소리로 대답한다.
별로 이상할 게 없다는 투다.
양저우 박물관에서 중국인 특유의 '돈 감각'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끊임없이 돈 맥을 찾고,돈 맥을 잡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캐들어 간다.
단 1원의 수익이 나도 팔을 걷어붙이고 뛰어든다.
그들은 돈이라면 애지중지하는 미엔즈(面子·체면)도 내팽개치기 일쑤다.
베이징의 상사원들은 흔히 "중국인들에게 돈은 본능이다"라고 말한다.
그들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돈 벌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내고,끊임없이 돈 벌 궁리를 한다.
이 같은 본능에 사회주의라는 껍데기를 덮어둔 게 '중국식 사회주의'라는 얘기다.
개혁개방 초기 중국에 '向錢走(돈을 보고 달려라)'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문혁시기 담벼락에 쓰여졌던 동음어 '向前走(앞을 보고 달려라)'를 바꾼 말이다.
개혁개방은 결국 '고루한 이론을 버리고 돈이라는 실리를 찾아 뛰어라'는 선언에 다름아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중국인들 속에 잠재해 있던 '돈에 대한 본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장을 제공했을 뿐이다.
그런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인들의 돈에 대한 본능이 국제경제 무대에서 발휘될 장이 곧 펼쳐지는 것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