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3:40
수정2006.04.02 03:43
[ 20~30대 여성 전용 'LG 레이디 카드' ]
신용카드 시장의 승패는 고객의 취향을 빨리 포착해서 앞선 서비스를 내놓는데 달렸다.
하지만 서비스 아이디어는 경쟁사들이 바로 베낄 수 있어 새 시장을 차지하기보다 지키기가 휠씬 힘들다.
어떤 회사가 참신한 서비스를 선보이면 불과 석달도 되지 않아 경쟁사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는게 업계의 현실이다.
LG '레이디 카드'는 이런 시장속성을 정확하게 꿰뚫고 '수성전략'에 초점을 맞춰 성공한 케이스다.
지난 1999년 9월 첫 선을 보인 레이디 카드는 발매 2년만에 회원수 4백80만명을 돌파했다.
특정 고객층을 겨냥한 특화카드로는 국내 최고 기록이다.
LG카드는 저성장 불황기에도 젊은 여성들의 소비성향은 상대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연체율도 낮다는 점에 주목, 20-30대 여성고객을 타깃으로 한 특화카드를 발매키로 결정했다.
7년만의 부활 ='레이디 카드'라는 상품은 지난 92년에도 잠깐 선을 보였지만 이름에 비해 서비스 특화가 부실했던 탓에 얼마 못가 사장돼 버렸다.
당시는 시기적으로도 레이디시장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던 것으로 훗날 판명됐다.
LG는 7년을 기다린 끝에 레이디카드를 부활시키면서 여성고객의 소비성향을 3개월동안 철저하게 분석해서 새 서비스로 무장시켰다.
롯데백화점 3개월 무이자, 성형보험 무료 가입, 극장요금 할인, 웨딩 론 등 새 서비스전략들이 적중했다.
레이디 카드가 발매 1년만에 2백1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자 경쟁사들도 지엔미, 아이닷미즈, 쉬즈카드 등 여성전용카드를 내놓으면서 격전장이 벌어졌다.
후발주자들이 대응을 미리 예상한 LG는 비장의 '후속타'를 미리 준비한 덕분에 시장을 계속 리드해 나갔다.
경쟁사들이 따라올만하면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는 다섯 차례의 '업그레이드'로 단독질주를 계속했다.
1999년 12월에 영화관 할인및 놀이공원 무료 입장업체를 확대한데 이어 올해 3월에 레저 서비스 추가, 8월에 신세계백화점 E마트 마그넷 까르푸와 상시 3개월 무이자할부 서비스 추가, 10월에는 영화요금 할인 대상을 전국 2백2개 상영관으로 늘렸다.
지속적인 업그레드가 일등비결 =문철우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떤 상품이든지 시장 선점효과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며 "레이디 카드의 성공은 초기 상품기획의 적중에 만족하지 않고 시장 수요흐름을 계속 끌어가는 새 서비스들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당하게 사는 여성의 이미지를 어필한 광고전략도 주효했다.
톱탤런트 이영애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내보임으로써 젊은 여성들의 호감을 샀다.
'누군가 내게 말했어. 그건 바로 내가 세상을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내게 힘을 주는 LG카드야'라는 TV 광고 노랫말도 신세대 여성들에 '어필'했다.
레이디카드 부활에 핵심역할을 한 안정윤 상품개발팀 과장은 "그동안 여성들은 소비의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없는 '하이 리스크' 집단으로 인식돼 왔다"며 "이런 통념을 파괴하는 것이 레이디 카드 마케팅의 요체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한 것도 성공 비결이다.
무료 보험이나 각종 시설에 입장요금을 할인해 주는 것은 카드사로서 '현금 지출'을 의미했다.
가맹점 수수료만 챙기는 방식으로는 신세대 여성을 공략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LG는 고객에게 실질적인 금전 혜택을 주는 아이디어를 찾는데 주력했다.
네티즌 취향 아이디어도 적중 =발매 초기엔 상품개발팀 전 직원들이 하루에 5~6개의 제휴 대상업체를 돌며 협상을 벌였다.
다음커뮤니케이션 하늘사랑 팍스넷 인터파크 등 인터넷 업체와도 제휴를 늘려 네티즌의 입맛에 맞는 제휴 카드를 속속 선보였다.
카드 상품중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빅 패밀리 LG카드'는 패밀리 레스토랑 연합체인 빅패밀리와 공동으로 발급하는 카드로 2만5천원 상당의 무료 식사권과 이용액 10% 적립 등의 서비스를 받도록 해놓았다.
한국D&F마케팅연구소의 원성환 대표는 "소비자들은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한다"며 "레이디 카드는 여성고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기법과 경제적 혜택을 앞세워 지속적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각종 이벤트도 끊임없이 열었다.
지난 3월에는 각종 할인혜택과 여행상품권을 제공하는 사은행사와 '짝찾아주기 이벤트' '무료 신혼여행 페스티벌' 등을 열었으며 6월에는 전회원에게 전백화점 무이자 할부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각종 경품을 내놓기도 했다.
레이디카드는 요즘 여섯번째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신용카드에 IC카드를 심어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겠다는 것.
올해 7천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LG카드의 '캐쉬 카우' 레이디サ揚?질주가 얼마나 지속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