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일자) 집단소송제 도입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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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경제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를 내년부터 도입키로 확정하고 법시안까지 발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집단소송제도란 수명의 주주들이 기업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했을 때 다른 주주들도 별도의 재판없이 똑같이 배상받을 수 있는 강력한 집단피해구제제도의 하나다.
그런 제도의 속성을 감안해 볼 때 시행 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 남발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기업으로서는 그에 따른 불필요한 낭비요인이 적지않게 발생하리라는 것쯤은 쉽게 예견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정부는 소송의 남발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피해자의 구성인원을 최소 50명으로 하고 반드시 소송대리인을 두도록 했으며,분식회계와 허위공시 등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으로 한정하되 시세조작과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해서만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소송꾼의 등장을 막기 위해 소송참여자에 대한 제한조치도 충분히 갖췄다는 게 정책당국의 설명이지만 실효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본다.
정부가 집단소송제 도입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와 소액주주 보호의 필요성은 우리 증권시장의 거래행태로 보아 부인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경제환경에 맞지않는 제도를 서둘러 도입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지배구조개선을 위해 그동안 도입한 사외이사제 감사위원회제 집중투표제 등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들도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지금이 어느 때인가.
극심한 불경기로 기업들의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님은 다 아는 일이다. 정부가 과감한 규제혁파로 기업들이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힌 것은 빈말이란 말인가.
하필이면 이같이 어려운 때에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에 이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등 2중 3중의 기업규제장치만 늘려서 어쩌자는 것인지 우리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집단소송제 도입은 재고돼야 마땅하다.
법무부는 이번에 마련한 시안에 대한 공청회 개최 등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정부안을 확정하고,금년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졸속입법으로 경제활력 회복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
지금은 오직 어떻게 하면 우리경제를 침체의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입안하고,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