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똑같은 사안에 대해 중복 조사를 받는 경우가 있다. 규제의 중복성 때문이다.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증권거래법 법인세법 금융감독기구설치법 등 4개 법규에 관련 조항이 마련돼 있다. 내용도 큰 차이가 없다.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받으면 현행 법규상 최대 네차례까지 정부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기업의 내부거래가 모두 부당한 거래로 인식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내부거래(Inner Transaction)는 계열사간 상품이나 자금 자산 등의 거래를 말한다. 범법행위인 내부자거래(Inside Trading)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거의 대부분 정당한 거래인데도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내부거래를 모두 불법으로 몰아세워 기업의 이미지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한국경제연구원 이주선 연구조정실장은 지적했다.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얼마 전 대기업 규제를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지금과 같은 경영체제로는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도 어렵다"며 "계열사들이 거미줄식 출자와 부당 내부거래 등으로 얽혀 있다"고 밝힌 대목에서도 내부거래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이 실장은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공정위의 막무가내식 내부거래 조사는 철폐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의 경우 독점이 심화되는 등의 현저한 부작용이 있을 때만 공정위에서 제재하고 일상적인 내부거래는 세금 문제로 처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