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속 보인 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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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는 경제팀장 부처다.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경제팀장이니 그렇게 된다.
현 정부는 출범직후 행정부처들을 경제팀을 비롯한 몇개 팀으로 편제했다.
유관 부처간 불협화음을 막고 사전사후 정책조율을 잘 하라는 방침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현재 입법예고중인 증권거래법 개정안을 내놓기까지 재경부의 태도를 보면 "과연 경제팀장 부처 맞나?"하는 의구심이 든다.
무엇보다 재경부는 법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법규를 지켰는지 논란을 불러일으킬 일을 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갖고 있는 증권거래소와 코스닥 시장 관련 규정 승인권을 재경부 스스로 갖도록 법을 고치겠다면서 해당 부처인 금감위와 사전 협의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개정안을 만들고 입법예고 절차에 들어가면서 언론에 발표해 버렸다.
금감위가 펄쩍 뛴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위 고위 간부는 "입법예고전에 개정 내용을 사전 협의해오지 않은 것은 명백한 법규 위반"이라며 열을 냈다.
공무원 "법제업무 운영규정"에는 "법령안 주관기관 장은 법령안의 입안초기 단계부터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해야 하며..."라고 명시돼 있다.
증권거래소와 증권업협회 등에 더 강한 조사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개정안의 또 다른 내용도 슬그머니 끼워넣었다는 인상을 줄 만하다.
금감위의 준사법권 관련 내용이 자세하게 들어갔던 지난주 언론발표 자료를 보자."
자율규제기관인 증권거래소,증권업협회,코스닥위원회에 이상매매와 관련 회원사 등의 매매상황을 감리하고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법에 마련한다"라며 현재의 협회규정을 법에 포함시킨다고만 돼 있었다.
정작 내용은 이들 "시장기관"에다 감독기관인 금감원과 마찬가지로 증권사 임직원을 직접 불러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개정내용을 자세히 밝혔다가는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되자 자세한 내용은 뺀채 방향만 걸쳐놓았다"는 오해를 사기에 알맞다.
승인권이든 조사권이든,어디에 주어지거나 일반인들과는 상관없다.
다만 재경부가 맏형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무리없고 효율적인 시장환경을 조성하기를 기대할 뿐이다.
허원순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