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가 잘게 찢어져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공무원 자신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부처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호하고 한 사안을 놓고 여러 부처가 서로 자신들 소관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현 정부는 그동안 세차례에 걸쳐 정부 조직을 개편했다. 1차 개편(1998년 2월)에서는 재정경제원 및 통일원 부총리제를 폐지했다. 총무처와 내무부를 행정자치부로 통합하고 과학기술처는 과학기술부로 승격시켰다. 2차 개편(99년 5월)은 4개월간의 정부조직 경영진단을 실시한 뒤 이뤄진 작품이다. 예산청은 기획예산처(장관)로 승격됐고 국정홍보처(차관)가 새로 만들어졌다. 3차 개편(2001년 1월)에서는 정책조정 기능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재정경제부와 교육인적자원부를 부총리급 부처로 다시 격상시켰다. 이같이 세차례나 정부 조직이 개편됐음에도 부처 업무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업무협력 체계가 갖추어졌다고 믿는 공무원은 많지 않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6월 경제관료 1백65명(5급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 조사에서 정부 부처가 지나치게 잘게 나뉘어져 있어 정책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답한 공무원은 64.2%에 달했다. '아니다'라는 대답은 27.9%에 그쳤다. 통폐합이 시급한 정부 부처로는 '산자부·정통부·과기부의 통합'(1백16명·중복응답)을 지적한 공무원이 가장 많았다. 오석홍 서울대 교수는 "부처들간 정책 조정이 되지 않는 것은 관료적 병폐의 대표적 사례"라며 "경제 행정의 비전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에 맞춰 정부 구조를 재설계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 권한을 민간에 대폭 이양하고 관련 부처를 통합해 '작은 정부'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 고위인사들이 정권 말기라는 이유로 시급한 현안 조정조차 미루는 것은 물론 조직개편 같은 일을 아예 금기시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