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갈등' 위험수위] 경제팀 리더십 공백...'정책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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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책이 겉돌고 있다.
장관들의 갈등과 의견 대립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다급한 현안들을 실종 상태로 몰아가는 주범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장관들의 '소리 없는 파업'이다.
경제팀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도 모자랄 판에 장관들은 장관들끼리, 부처는 부처대로 의견 다툼을 벌이기 일쑤다.
투자가 10개월째 줄고 있는 데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돼야 할 수출마저 7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한 현실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의 위기는 곧 '내부의 위기' '정부의 위기'라 할 만하다.
◇ 정책 조율이 안된다 =경제팀 수장인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1일 열린 비공개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 대규모 기업집단지정제 및 출자총액제한제 등 대기업 규제완화 문제에 관한 의견 조율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대기업 규제완화 문제는 여.야.정이 합의한 사안인 만큼 다음날(12일) 열기로 한 3차 여.야.정 정책협의회를 앞두고 가닥이라도 잡아보려고 했지만 이 위원장의 완강한 고집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진 부총리는 이날 낮 기자들과 만나 "최종 결정은 내가 하고 책임도 내가 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공정위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
경제부총리의 정책조정권이 도전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도 쏟아지고 있다.
공정위의 반대만으로 정책은 전혀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외곽에서까지 특정정부 지원활동에 나서고 있다.
KDI는 16일 갑작스런 '기업집단 규제제도 개선 정책토론회'를 갖기로 했다.
한.칠레 FTA 협상도 정부내 갈등 때문에 유야무야된 사례다.
협상 타결을 위해선 칠레 정부가 납득할 수 있는 농산물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세였지만 농림부의 반대를 넘지 못해 결국 협상이 결렬된 상태다.
◇ 부처 이기주의가 과도하다 =재경부는 최근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 관련 각종 규정 승인권을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넘겨받는 내용을 골자로 증권거래법을 개정하려다 망신만 당했다.
당장 금감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온데다 개정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금감위와 사전 협의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자부와 정통부 과기부 사이의 IT(정보기술).BT(바이오)분야 주도권 다툼은 관료들조차 "다음 정부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다.
경제장관 회의 등에서 수차례 '인프라 구축과 기초기술 개발은 정통부와 과기부, 산업화 정책은 산자부'로 업무 영역을 구분키로 했지만 업계 관할권을 확보하려는 전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획기적인 규제완화에 대한 공정위의 반발도 따지고 보면 부처 이기주의의 발로라는 지적이 많다.
대기업 정책을 놓으면 조직 기반이 흔들린다는 위기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홍래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기업경영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책 환경마저 불확실성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상황이 어려울 때일수록 정책 리더십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책 조율 능력과 우선순위 결정능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자칫 불임정부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