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눌림, 곁길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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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이후 1차 충격이 완화되면서 낙폭을 만회했던 주식시장이 '실적 시즌'을 만나면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공습이 지속되는 와중에 탄저병 환자가 등장하면서 추가 테러 우려감이 미국인을 비롯한 세계인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주요 기업들의 3/4분기 실적이 발표될 예정이고 기업들의 실적은 대부분 경기침체의 와중에서, 예상치를 낮춰놨다고 하더라도, 좋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주는 경제지표와 함께 기업실적 발표와 연동되면서 박스권 내에서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종합지수는 500선에서 520선이 단기 박스권에 묶일 것으로 보인다.
◆ 지수 탄력 둔화, 단기 500∼520 박스권 = 현재의 시장 분위기는 '어둠 속에서 언뜻 언뜻 빛을 보는 듯하지만 갈 길은 먼, 이른바 암중모색'이 진행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테러 충격으로 역사적 저점으로 인식된 500선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뒤 460선에서 낙폭과대 인식에 따라 수습책에 따라 회복됐고, 당초 기대치를 넘어 500선을 빠르게 확보함으로써 심리적인 안정감은 강하다.
그렇지만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 이상을 도출해 낼 만큼 특별한 모멘텀이나 재료는 없는 상태다.
재정지출이나 금리인하 등 정책이 단기적으로 경제주체들에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경기하강 속도를 줄이는 '씨앗'이 될 수 있으나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또 현재의 조건에서 미래를 예측해야하는 '존재론적 상황'을 고려할 때 전쟁, 테러, 경기·기업실적 악화 등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일조차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지난 금요일 526선까지 올랐던 것을 단기 고점으로 당분간 모멘텀이 생기기 전까지는 500∼520선에서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테러 이후의 위축된 현실을 포함한 경제지표가 발표되는 시점에서 일시적으로 500선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경기나 자금동향 등 주변여건을 감안할 때 특별한 모멘텀이 없어 방향설정을 위한 탐색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 역시 실적 발표나 테러 우려감으로 탄력이 커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하락동조화는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기술주나 대형주가 활로를 열어주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수움직임이 둔화되면서 대중주들의 순환매가 주된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GI증권 조사부의 황상혁 선임연구원은 "테러 충격으로 460선까지 밀렸으나 500선을 예상보다 쉽게 넘어 하락하더라도 480선은 유지될 것"이라며 "그러나 500선에 올라서면서 저가메르트가 약화됐고 520선에서 단기 고점을 본 듯해 기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대형주 약세, 종목별 소테마 순환될 듯 = 특히 대형주의 경우는 향후 시장 전망이 여전히 좋지 않은 데 따라 기관 등의 프로그램 매물권에 놓여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기관은 10월 첫 거래일인 지난 4일부터 여드레간 매물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매도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시장베이시스 흐름이 선물저평가 현상인 백워데이션이 지속되고 있고, 이에 따른 프로그램 매도가 성행하면서 매도차익잔고가 매수차익잔고를 앞서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시장백워데이션이 마이너스 1대에서 0.5∼1.0 수준으로 완화되긴 했으나 단기적으로 추세가 바뀔 것 같지 않다"며 "시장전망이 좋지 않아 매수 유입가능성보다는 주식대차를 이용한 매도가능성이 좀더 크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장세가 지수움직임이 둔화되기 때문에 지수관련 대형주나 기술주, 수출 등 경기관련주보다는 내수 위주의 경기방어주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불확실성에 따른 틈새를 이용한 테마장세가 진행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거래소 거래량은 테러 이후 가장 적은 3억6,000만주대로 줄었다. 거래대금은 9월초 이래 가장 적었다. 오히려 새롬기술의 수익모델 창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코스닥으로 분위기가 이전되는 모습이다.
대우증권의 조재훈 투자정보팀장은 "경기나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지수관련 흐름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미국의 탄저병 확산이나 전쟁 관련 소테마 등 틈새 테마가 당분간 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 관련주의 대표주자인 새롬기술이 모처럼 주도주로 부상하며 코스닥흐름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다른 것보다도 수익모델 부재를 타개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지가 주목돼 관심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의 엄준호 선임연구원은 "지수탄력이 둔화되면서 종목장세, 특히 수출관련주보다는 내수쪽 경기방어주의 흐름이 시장의 특징"이라며 "시장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소테마로 쏠?庸?순환매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약 등 경기방어주나 실적호전주, 삼보컴 등 바닥권 탈피 종목, 전자화폐 등 코스닥 개별테마 등에 관심이 부각되는 것도 그같은 이유"라며 "업종이나 개별 테마별로 짧게 순환매가 이어지는 만큼 테마에 뒤따르기보다는 다음 테마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