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직원이 고객의 포괄적 위임을 받은 예탁금을 임의로 매매해 손실을 입혔더라도 고의가 아니라면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형사3단독 신일수 판사는 15일 고객이 위탁한 예탁금을 임의로 주식에 투자,거액의 손실을 입히고 그 과정에서 수수료와 성과급 등을 받은 혐의(업무상 배임 및 증권거래법 위반)로 기소된 모 증권사 직원 오모씨(30)에 대해 벌금 2백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객으로부터 위탁받지 않은 주식을 임의로 거래한 것은 증권거래법 위반"이라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고객에게 손해를 입힐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고의로 임의매매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업무상 배임혐의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오씨는 지난 99년 12월 고객 김모씨 등 2명이 맡긴 1억원을 가지고 지난해 2월 H주식회사 주식 1천주를 매수하는 등 같은 해 4월까지 모두 3백여차례 주식을 임의매매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모두 3억5천여만원의 손실을 입히고 수수료 3천9백여만원 가운데 6백만원을 성과급으로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