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경찰관 저질신문기자 퇴폐공연댄서. 이 세가지 직업의 공통점을 무엇일까. 최근 미국 애리조나대학교의 애쉬포드 교수는 이 세가지 직업의 공통점을 더티(Dirty)라고 표현했다. 또 이 세가지 직종을 "더티 워크(Dirty Work)"라고 규정했다. 그가 이들 직업을 더티워크라고 부른 것은 도덕적으로 깨끗하지 못하다는 뜻에서였다. 이와 비슷한 용어로 "3D업종"이란 게 있다. 여기서 3D란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하다(Dangerous)는 뜻이다. 이것은 언뜻 보기엔 미국에서 생긴 용어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국엔 3D업종이란 용어가 전혀 없다. 3D업종이란 오직 한국에서만 쓰는 용어다. 그렇다면 도대체 3D란 용어는 어디에서 왔을까. 이는 일본의 "3K"를 본 딴 게 아닌가 한다. 일본에선 90년대초부터 3K업종이란 용어를 썼다. 일어로 기타나이(더러운) 기켄(위험) 기츠이(힘든)의 이니셜을 따 3K라고 했다. 이를 한국에서 누군가가 3D로 변환시켰음에 틀림이 없는 듯 하다. 그럼에도 이 변종용어는 정부의 공식문서에도 등장하고 입사시험에서 일반상식문제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3D업종이란 용어의 출처자체가 아니다. 더 큰 문제점은 이 용어를 쓰기 시작하면서 발생한 폐해다. 우리가 흔히 3D라고 부르는 업종은 주물 도금 프레스 등으로 자동차 전자 반도체장비 기계부품 등을 생산하는데 필수적인 부문이다. 그러나 이 용어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이 필수분야에서 일하기를 더욱 기피하게 됐다. 이 용어가 기초산업분야의 공동화를 부채질했다. 급기야 외국인 연수생을 들여와 이 부문에서 일하게 해야 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은행등 금융기관에서조차 이 3D업종에 대해선 자금지원을 해주길 꺼리게 됐다. 사실 90년대초까진 3D업종을 "중소기업 공통애로기술분야"로 지정해 기술지도 자금지원 등 혜택을 베풀었다. 그러나 벤처붐이 일어나면서 3D업종은 정책지원에서 완전히 소외됐다. 이로인해 기초산업 분야는 송두리째 중국에 시장을 빼앗기고 말았다. 자, 여기서 꼼꼼이 살펴보자. 주물산업이 고문경찰과 같은 더러운 업종인가. 도금업이 저질신문기자처럼 추한 직종인가. 프레스업이 퇴폐댄서처럼 비도덕적인 직종이란 말인가. 이들은 결코 더럽지 않다. 이 직종이야말로 국가기초산업을 위해 현장에서 땀흘리는 "아름다운 직업(Beautiful Work)"이다. 이달들어 중소기업특별위원회는 이 3D란 용어가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이 용어를 쓰지 않도록 권장하기로 했다. 이제라도 3D란 말은 우리 스스로 쓰지 말아야 할때가 온 것 같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