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효성없는 행정규제 하루빨리 사라져야 ] 이인실 <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연구센터 소장 > 외환위기 이후 금융산업의 낙후성에 대한 다각도의 반성이 있었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나친 금융규제가 금융산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점이다. 1990년대 들어 국제 금융업계는 메가머저와 겸업화의 열풍 속에서 끝없는 변신을 시도했다. 반면 우리의 금융업계는 규제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물론 우리 나름대로의 노력을 안했던 것은 아니다. 거의 연례 행사처럼 업계는 원하는 규제완화 목록을 적어내고 정부는 수 십건에 달하는 규제완화 승인 목록을 그때마다 내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항상 완화돼야 할 규제완화 건수는 산적해 있었고 정작 당사자인 금융업계에서는 규제완화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기 일쑤였다. 이러한 문제점은 우리 금융규제 제도가 근본적으로 포괄주의(네거티브 시스템)가 아닌 열거주의(포지티브시스템)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금융시장은 점점 복잡.다기화하는데 정부가 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어려우며 더욱이 이러한 변화의 와중에 금융기업의 경영결정을 이해하기도 더더욱 어려운 상황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일일이 정부가 일러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처럼 인터넷 뱅킹, 사이버 증권거래 등이 급속히 확산되고 새로운 금융상품은 물론 새로운 유형의 금융기관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규제를 통한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유지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규제 당사자의 입장에서 얽혀있는 수많은 규제들을 일거에 없애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나 일단 경쟁제한적 규제는 모두 철폐하는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금융환경 및 기법이 발달해 규제비용이 규제수익을 앞지르는 상황에서 금융규제의 틀을 시대적 조류에 맞게 재정비하지 않으면 우리 금융업 자체가 도태될 위험성 마저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져 왔던 금융권간 업무영역 규제가 개혁의 대상이다. 업무영역을 제한해도 금융혁신의 급속한 진전으로 이미 그 실효성이 상실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적으로 3대 축인 은행 증권 보험의 고유업무는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하되 기타 업무에 대해선 직접 겸영을 허용하는 방향의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또 법에도 명시돼 있지 않으면서 근거없이 이뤄지고 있는 행정적이며 관행적 규제들은 금융기업의 경영을 옥죄는 규제들로서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나치게 개괄적이고 구체화되어 있지 않은 규제들은 일차적으로 없애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규제완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제를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 정책적 목적의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하고 대체수단이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건전성 규제나 소비자 및 투자자를 보호하는 차원의 시장친화적 규제 목적 이외의 규제목적은 추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시장친화적 규제라 할지라도 공시제도를 강화해 시장규율에 의하거나 자율규제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부적합한 관련규제를 과감히 정비함으로써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감독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 금융산업의 생존과제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 insill@ker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