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상하이 APEC 독해법..유장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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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 중국 상하이에서는 아태경제협력체(APEC)의 각료회의가 열리고 곧이어 정상회의도 열린다.
APEC의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다 모이게 되므로 아마 중국 근세사에서 처음있는 최고위급 대규모 국제회의가 될 것이다.
미국의 9·11 테러사건 이후 전세계가 긴장상태에 있는 가운데 미국 대통령을 포함,중국 일본 등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하게 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APEC은 89년 11월 호주 캔버라에서 아태지역 12개국이 모여 역내 무역·투자 등 경협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역협력체를 구성할 것을 결의함으로써 시작됐다.
92년까지는 각료회의 중심으로 운영하다 93년부터는 매년 정상회의도 개최함으로써 지역협력체 중 가장 대표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구의 12년 역사 가운데 특기할 만한 회의는 93년 시애틀에서 열렸던 정상회의와 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 정상회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발의에 의해 열린 93년 회의는 당시 교착상태에 있던 우루과이라운드 다자간협상을 마무리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7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우루과이라운드는 농산물·서비스 등 극히 일부 분야를 놓고 유럽연합(EU)이 고집을 부림으로써 결렬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때 APEC 정상들이 EU 없이도 우루과이라운드를 타결시키겠다는 결의를 도출했고,이것이 결국 EU를 자극해 성공적 결론에 이르게 됐던 것이다.
94년 회의에서 '보고르 선언'을 채택했는 바 이 기구가 지향하는 목표를 분명히 제시한 선언이 됐다.
즉 APEC은 무역·투자의 자유화 촉진(TILF)과 경제·기술협력의 심화(Eco/tech)라는 두개의 목표를 향해 나가되 특히 무역자유화 분야에 있어서는 2010년과 2020년이라는 시한을 정하는 것으로 결의했다.
선진국의 경우 전자를 자유화 완성의 목표연도로 하고,개도국의 경우 후자를 목표연도로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유화의 완성목표를 구체화시킨 경우는 이 기구가 최초의 사례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13번의 각료회의와 9번의 정상회의를 거치는 동안 이 기구가 무역자유화와 경제기술협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지역협력체에 비해 구체적 진전사항이 별로 없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특히 무역자유화 분야에 있어서는 원칙만 무성했지 과연 전술한 두개의 목표연도내에 완전자유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회의론이 짙게 깔려 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 기구가 운영원칙으로 채택한 몇개의 사항,즉 자발성 원칙,융통성 원칙,비구속적 원칙 등이 기구의 성격을 너무 느슨하게 만들어 어느 국가도 사명감을 갖고 스스로 자유화를 촉진해 나가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바로 이 점에 대해 심층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이른바 상하이 합의(Shanghai Accord)가 채택될 것이며,무역자유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도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의 의제 중 세계·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한 공동노력,인간능력배양을 위한 협력방안,21세기 APEC의 발전방향 등 중량급 과제가 다루어질 예정이며 또 정보기술산업의 침체가 가져온 세계경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역할에 대해서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오는 11월 9일 카타르에서 개최될 예정인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의 출범을 강력히 권고할 것이며,이를 통해 세계무역이 더 빠르게 자유화되는데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것을 천명할 것 같다.
이밖에 경제협력분야에서 사이버 교육을 확대할 것과,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역내 국가들이 서로 지혜를 공유할 것을 제안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산업의 선두주자로서 역내 지식기반경제 확산을 위한 향도 역할을 해야 할 것이며,이를 위해 지식기반네트워크(KCH)를 구축하는데 앞장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구가 경제협력체이므로 그 동안 정치·안보에 관한 논의는 자제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반테러 노력에 대해 회원국들이 강력한 지지를 보내는 것도 사안의 중요성으로 보아 반드시 다루어져야 할 과제라고 본다.
JHY@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