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신용관치국장'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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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관치국'. 금융감독원 신용감독국의 또다른 이름이다.
이곳의 업무는 은행과 기업간의 거래관계를 자산 건전성 차원에서 감독하는 것이다.
업무성격상 은행들 일에 '콩이야 팥이야' 관여할 수밖에 없다.
담당 국장은 애써 부인하지만 역시 그 자리도 '관치 국장'이라는 지적을 면키 힘들다.
그런데 관치국장직은 몹시 곤혹스런 자리이기도 하다.
부실기업 처리문제로 일은 많이 하면서도 까딱하면 시장과 언론으로부터 욕을 먹기 십상이다.
지난 15일 기업 상시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했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담당 J국장은 평가대상 1백47개 기업중 총 25개사를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3개 상장기업이 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부실징후기업및 부실징후 우려기업으로 선정됐다는 대목.물론 J국장은 해당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기 때문에 실명을 밝힐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날 오후 실명없이 기사가 나가자 독자들의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부실징후 기업이 어디냐"는 단도직입형 질문에서부터 "나만 알려달라"는 하소연형,"혹시 A기업이 아니냐"는 유도형,"그 따위로 기사를 쓰느냐"는 훈계형까지 다양했다.
그 다음날 혐의(?)가 짙은 기업들의 이름이 시장에서 오르내리며 해당기업들의 주가가 출렁였다.
이런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7월 금감원이 은행들의 상시퇴출 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 월례행사처럼 계속돼 온 일이다.
금감원 관계자에게 물었다.
"채권은행들이 처리 방침과 실명을 모두 밝히게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러면 좋죠.하지만 아직은 힘들지 않겠습니까.
은행들이 기업들의 생사여부를 자율협의로 결정할 수 있습니까.
결국은 감독당국이 나서야 되고 그게 안되니까 촉진법도 만드는 것 아닙니까"
신용감독국의 전임,전전임 국장은 각각 5개월도 채 못돼 자리를 옮겼다.
이처럼 '소리없이' 관치해야 하는 고충을 위에서도 알고 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용감독국장은 밖에서 터지고 안에서도 좋은 소리 못듣는 '안팎곱사등이'"라는 한 간부의 말은 허울 좋은 '채권단 자율 상시구조조정'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박수진 금융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