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양잠업이 최첨단 바이오기술과 결합되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누에나방을 이용한 남성 정력 보조제인 "누에그라"는 지난달 선보인뒤 비아그라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누에는 당뇨병.암치료제 등 다양한 의약품을 쏟아내면서 생명공학의 주요 원료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이처럼 양잠업이 '입는(견직물) 양잠'에서 '먹는 양잠'으로 변신하면서 △농가 소득 증대 △로열티 수입 획득 △국민건강 증진 등 '일석삼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개발경제시대에 수출에 기여했던 양잠업이 21세기를 맞아서도 '효자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셈이다. ◇황금알을 낳는 누에=지난달 농촌진흥청과 근화제약이 공동 개발,시장에 내놓은 '누에그라'는 4천5백세트 한정판매분 중 이미 1천8백세트가 팔리는 등 '고개 숙인 남성'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누에그라는 누에고치 수나방을 원료로 한 토종강정제. 실험 결과 남성호르몬을 33% 증가시키고 정자 수와 운동지구력을 각각 41%,60%씩 늘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농진청이 지난 95년 누에그라에 앞서 개발한 '누에분말 혈당강하제'의 경우 일본에 4천9백만원을 받고 개발 기술을 수출하는 등 지금까지 6억원 상당의 수입을 올렸다. 최근엔 냉동 건조한 누에 분말가루를 가공한 혈당강하용 음료수까지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농진청의 실크 미용비누도 겨울철에 건성피부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누에고치로부터 실을 뽑고 남은 폐기물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만든 이 상품은 뛰어난 수용성과 보습성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농진청은 이밖에 당뇨병 환자를 위한 뽕잎 호두과자·아이스크림 등도 시판하고 있으며 누에똥을 이용한 암치료제도 현재 개발중이다. ◇시장 전망=몇년 전만 해도 양잠업은 저가의 중국산 등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누에가 기능성 식품과 의약품 원료로 위상을 새롭게 하면서 상황이 1백80도 바뀌고 있다. 농진청에 따르면 뽕밭 10?당 생산되는 양잠산물의 소득은 실크를 생산했을 때 93만8천원이다. 이에 비해 누에분말 혈당강하제는 2백3만4천원,누에그라는 3백92만1천원에 달한다. 그만큼 양잠농가의 소득을 올리는데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특히 누에그라는 누에나방 번데기(봄누에 ㎏당 15만원) 1t으로 상품 4천5백박스(박스당 24만원)를 만들 수 있다. 누에나방 1백t을 사들여 누에그라로 가공,생산하면 시가 1천억원짜리 건강보조식품이 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1백68t(㎏당 10만원) 생산된 누에분말과 가공품도 2백억원어치 이상 팔렸다. 농진청 잠사곤충부 류강선 박사는 "양잠업은 전통적인 실크생산에서 기능성 식품·의약단계를 넘어 앞으로 생명공학의 핵심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추세를 감안,관련 전문가들은 "양잠업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만큼 고부가산업으로 본격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