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터뷰] 찰스 왕 <美 CA 회장>.."IT산업 시작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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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동쪽 롱아일랜드에 있는 컴퓨터어쏘시에이트(CA).
세계 최대 e비지니스 소프트웨어회사의 본부인 6층건물 양쪽에는 커다란 부속건물이 하나씩 있다.
오른편은 데이스쿨.
직원들의 취학전 자녀들을 하루종일 돌봐주는 학교다.
왼편은 스포츠센터.
각종 운동공간과 기구들로 가득차 있다.
포천지 등이 선정하는 '가장 존경받는 회사'나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에 꼽히는 이유를 한눈에 알수 있다.
6층 회장 접견실에서 만난 찰스 왕 회장(57)은 인터뷰 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지만 얘기들은 분명하고 자신에 찼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그는 "앞으로 일반적인 테러보다 네트워크망에 대한 테러가 더욱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준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IT(정보통신) 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며 그 주도권은 아시아가 쥘 것"이라고 내다봤다.
[ 대담=육동인 뉴욕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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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나스닥 거품이 꺼지면서 전세계 IT(정보기술) 업계가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요즘 IT산업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IT가 앞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누가 IT비즈니스에서 살아남느냐는 것입니다.
과거 자동차가 처음 발명됐을 때 미국에서만 3천개가 넘는 회사가 차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3~4개로 줄어들었지요.
그렇다고 차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차를 공급하는 회사의 수는 줄었지만 이 회사들의 덩치는 더 커진 셈이지요.
지금의 IT산업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IT산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IT의 사용이 점점 늘어날 것이니까요"
-CA는 살아남는 쪽에 서겠네요.
"오랫동안 살아남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회사가 설립된지 25년 됐는데 앞으로 25년은 무난할 것입니다.
기술과 경영인프라가 모두 좋기 때문입니다.
올해 나스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우리 회사 주식이 60%이상 올랐다는 점이 이를 말해줍니다"
-지난달 있었던 뉴욕 세계무역센터 및 워싱턴 펜타곤에 대한 테러사건과 이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IT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테러사건과 보복전쟁이 IT는 물론 모든 산업에 영향을 주겠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그 영향이 단기적으로 그칠지 또는 장기적으로 파급효과를 가져올지도 아직 모르지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람들은 이제 모든 것을 자동으로 해결해 주는 IT산업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IT산업이 꾸준히 발전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당장은 어려워도 금방 이겨낼수 있을 것입니다"
-테러사건 이후 컴퓨터 보안산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붕괴된 세계무역센터같은 건물을 테러리스트들로부터 물리적으로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네트워크망을 지키는게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망이 붕괴된다면 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거의 모든 인프라스트럭처와 국가정보망이 인터넷으로 움직이고 있을 정도입니다.
전자상거래의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고요.
때문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네트워크 테러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이것이 이번 비극에서 IT업계가 교훈으로 생각해야 할 점입니다"
-최근 임시주총에서 일부 소액주주들의 공격이 있었지요.
그들이 왜 경영권을 빼앗으려 했다고 생각합니까.
"중요한 것은 그들이 패배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큰 표 차이로 졌지요.
만약 우리가 평소에 주주 투자자 언론매체와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면 경영권을 빼앗겼을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이들에게 회사의 계획이나 경영상황을 정확하게 공개하는 등 믿음을 주었습니다.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의 토대는 주주들의 믿음이니까요"
-동양인으로서 드물게 미국땅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어 내셨습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성공의 비결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일을 남보다 많이 한게(do more) 비결이라면 비결이겠지요.
그러나 아직 성공이란 말을 쓰기는 힘들어요.
할 일이 더 남아있으니까요.
후배들에게는 장기전인 비전을 가지고 중간에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사업에 성공하는데 MBA(경영학석사) 학위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사업은 공부나 책으로 하는 것이 아니지요.
직접 몸으로 부딪쳐서 하는 것입니다.
결과가 나쁘면 이를 어떻게 좋게 만드느냐가 중요할 뿐이熾?
길게 보면 실패도 성공을 위한 한 과정입니다"
-아시아시장을 매우 중시하고 계십니다.
본인이 동양인이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아시아의 성장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입니까.
"물론 후자입니다.
동양인이기 때문에 아시아 사업이 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사람들을 만나도 친숙하구요.
하지만 그래서 아시아 투자를 늘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 세대는 아시아가 주도한다는 판단 때문이지요.
한국 일본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교육수준이 높은 국가입니다.
게다가 중국을 위시해 시장의 성장속도는 다른 어떤 지역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런 '성장'에 투자를 하는 것이지요"
-한국에도 그동안 1억달러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전략을 가지고 투자하는지 궁금합니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나라의 IT산업발전을 지원하는게 우리의 해외투자전략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글로벌마케팅전략을 해당국가의 전문가들과 결합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그 지역 시장이 성장하면서 우리도 함께 이익을 얻게 됩니다.
양쪽 모두 도움이 되지요.
한국에도 주로 합작투자 형태로 진출하는 것이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이런 전략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입증이 됐습니다"
-최근 한국 CA사장이 외국인으로 바뀐 것에 대해 현지화전략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CA는 한국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일시적인 상황이지요.
조만간 다시 한국인 CEO가 맡게될 것입니다.
지금 좋은 사람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인답지않게 활발한 사회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회사업에 그렇게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지요.
"정보기술의 발전은 전세계를 더욱 가깝게 만들고 어린이들의 삶을 향상시켜야 한다는게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가져온 생각입니다.
회사가 돈을 벌면 바로 그런 일에 써야지요.
예를들어 미국에서 집 잃은 어린이를 찾을 확률이 얼마 전까지는 66%였는데 미아찾기 운동센터와 함께 웹사이트를 만든 결과 이 비율이 93%로 올라갔습니다.
남한과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을 돕기 위해 어렸을 때 사진이나 정보를 주면 지금 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그리운 가족찾기(www.reunion.or.kr) 웹사이트를 만들었는데 현재까지 2백15가족이 상봉했습니다.
놀라운 일이지요"
-지난 7월 1천2백개가 넘는 소프트웨어를 4개의 브랜드로 통합했습니다.
통합을 추진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그리고 이를 어떻게 정착시킬 생각인지요.
"브랜드가 여러개로 나뉘어 있었을 뿐 우리 소프트웨어들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외부적으로는 소프트웨어를 같은 종류끼리 묶어 CA브랜드를 알리는 것이지만 진짜 목표는 각 소프트웨어의 보안을 철저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정보 저장 등 모든 분야가 보안이 생명이니까요.
네트워크 테러마저 우려되는 시대인 만큼 앞으로도 각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서로 연결해 네트워크보안을 완벽하게 하는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CA의 제품 통합은 IBM과의 경쟁을 본격화하기 위한 준비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또 HP가 컴팩을 인수하는 등 업계에 커다란 변화도 일고 있고요.
세계 최고의 회사로 남기 위한 노력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그 회사들이 꼭 경쟁상대만은 아닙니다.
일부 경쟁영역도 있지만 서로 협조할 분야도 많이 있지요.
적절한 경쟁과 협조 속에서 우리는 물론 그 회사들도 잘 발전해 나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 dongi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