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명의 풍요 속에서도 내적 공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질로는 채울 수 없는 정신적 허기,영적 빈곤 때문이다. 2천년 교회사에서 영적으로 두드러진 인물 20명의 삶과 영성생활을 담은 '영성의 대가들(상·하)'(가톨릭신문사,각 권 1만원)은 이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대전 가톨릭대 교수인 박재만 신부.기독교신자들의 사표로 잘 알려진 세계의 영성대가 18명과 한국천주교의 순교자 2명 등 20명의 삶과 영성적 특징,영성사적 위치 등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광신적 유대인으로 기독교를 박해했으나 극적으로 개종해 이방인 선교에 앞장서다 순교한 성 바오로(?∼1967),시대를 초월하는 신학자이며 영성가인 성 아우구스티노(354∼430),수도제도의 입법자이자 수도자들의 사부(師父)로 불리는 성 베네딕도(480년께∼547) 등 낯익은 기독교 성인과 지도자들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성 도미니코,성 프란치스코,성녀 가타리나,토머스 모어,프란치스코 살레시오는 물론 20세기의 마더 테레사(테레사 수녀)까지 포함됐다. 또 초기 한국 천주교의 영성가 중 성 정하상 바오로(1795∼1839)와 순교자 이순이 루갈다(1782∼1802)의 영성생활도 소개돼있다. 신학지식이 많지 않은 일반인들을 위해 어려운 신학용어와 표현을 자제하고 쉽게 설명한 점이 특징.각 영성가에 관련된 1백60여장의 성화와 사진 및 이에 대한 설명도 읽는 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박 신부는 "영성의 대가들은 원래부터 비범하고 특별히 은총받은 예외적인 인물이라기보다 자신들의 상황 안에서 십자가를 지고 맡은 사명을 성실하게 수행한 분들"이라며 "과장이나 왜곡없이 이들의 참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