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러사태와 보복전쟁 등의 여파로 해외시장의 연말특수가 실종됐다는 보도다. (본지 17일자 1면) 예년 이맘때면 완구 의류 PC 액세서리 등 연말성수품 수출업체들은 납기를 맞추느라 밤새워 작업하는 것이 상례였으나 올해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연말수출을 겨냥해 미리 많은 물건을 준비해 놓았던 업체들의 낭패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미 주문을 받아놓은 업체들도 납기를 늦춰달라거나 아예 계약취소를 통보해 오는 경우가 많고,수요위축을 빌미로 가격을 대폭 깎으려 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타격이 크다고 한다.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바이어들만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우리는 이번 연말특수의 실종이 어쩌면 테러사태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의 테러보복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전망인데다 선진 각국의 경기가 가파르게 위축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연초 1.7%로 예측됐던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로 하향수정될 것이라는 외신보도만 보더라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얼마나 심각한가는 잘 나타나 있다. 우리 수출은 올들어 지난 3월부터 7개월째 감소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연간실적이 전년에 비해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책당국의 분석이기도 하다. 수출이 줄어든다는 것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로선 치명적인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수출위축에 따른 경기침체를 보완하기 위해 강력한 내수진작책을 동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또한 문제가 없지않다.재정지출확대 등을 통해 내수를 진작시키면 수입수요가 늘어 경상수지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국제수지 흑자기조 유지 또한 경기진작 못지않은 정책목표임을 부인할 수 없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수출확대를 추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론은 자명해진다. 정부는 이번 2차 추경예산에서 1천억원의 수출보험기금 확충재원을 확보하는 등 수출지원을 위한 특별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어떤 부담을 수반하더라도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면 과감한 지원책을 신속히 강구해야 한다. 또 정부지원 확대만으로 수출이 늘어날 수는 없는 일이다. 업계 스스로 일등상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등의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될 것이다. 경기침체가 세계적 현상인 만큼 남보다 더 뛰는 길 밖에 달리 대안이 없음을 함께 인식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