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렐리의 만돌린"은 2차세계대전 당시 그리스의 작은 섬마을 풍광을 배경으로 섬처녀 펠리기아(페넬로페 크루즈)와 이탈리아 대위 코렐리(니콜라스 케이지)간의 러브스토리다. 전쟁과 멜로를 혼합했지만 영화"진주만"이 스펙타클한 전쟁묘사에 치중했다면 이 작품은 "심리적 관계"에 한층 몰입하고 있다. 무쏠리니 정권시절 코렐리 대위는 점령군으로 섬마을에 와서 펠리기아의 집에 머문다. 펠리기아는 의사인 아버지로부터 의술을 배우고 환자를 돌보는 인텔리다. 그녀의 약혼자 만드라스(크리스탄 베일)는 문맹의 어부이면서 독립투쟁을 하는 레지스탕스다. 펠리기아와 만드라스의 신분상 틈새에 코렐리 대위가 끼어든다. 처절한 전투를 경험하지 못한 대위는 푸치니와 베르디 노래를 어디서건 부르는 소년에 가까운 캐릭터다. 그러나 사랑과 참혹한 살육전을 경험하면서 심리적으로도 성인으로 성장한다. 그는 만돌린의 고운 음색을 통해 펠리기아의 적개심을 연정으로 변화시킨다. 그가 마을사람들앞에서 펠리기아를 위해 만돌린을 연주했을 때 펠리기아가 황급히 자리를 뜨는 장면은 "적과의 사랑"이 갖는 복합적인 감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만드라스와 펠리기아의 이별,전쟁후 펠리기아와 코렐리 대위의 재회 등을 통해 사랑이란 일시적 광기인지,아니면 열정이 지나간 뒤에 남는 무엇인지,혹은 양자를 포괄하는 것인지를 곰곰히 음미토록 한다. 작품배경인 에메랄드빛 에게해의 눈부신 풍광은 "순수한 사랑"을 한차원 높이는 기제로 작용한다. 액션배우와 성격배우 영역을 넘나드는 케이지는 만돌린을 직접 연주했고 이탈리아 액센트가 섞인 영어를 구사한다. 스페인 출신의 크루즈는 화장기를 뺀 채 청순미를 발산한다. 그러나 두 배우의 애정연기에서 "화학결합"은 그리 강렬하게 감지되지 않는다. "세익스피어 인 러브"의 존 매든 감독.19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