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자문화 바꾸자] '메뚜기 전법' 그만 간접투자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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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1일 미국에서 대형 테러사태가 터진 직후 세계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증시는 다름아닌 한국증시였다.
테러사태가 터진 지난 9월11일부터 미국증시가 개장하기전인 9월16일까지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13.28%와 25.49% 급락했다.
같은기간 영국이 5.52%,독일이 11.87%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하락의 골이 엄청나게 깊었다.
미국 증시가 재개장한뒤는 정반대였다.
미국증시가 다시 개장한뒤부터 지난 11일까지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10.30%와 26.80% 튀어 올랐다.
영국과 일본증시가 각각 8.36%와 8.87%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만큼 한국증시의 변동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처럼 한국증시가 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는 "냄비장세"를 연출하는 것은 개인의 비중이 높고 단기매매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시의 안정성을 담보해 줄만한 안전판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장기투자와 간접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단기투자가 판을 친다=한국 투자자들은 하나같이 "대박"을 꿈꾼다.
한달안에 승부를 내려고 덤빈다.
국내 개인투자자의 평균 주식보유기간은 1.2개월(1999년 기준)에 불과하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국내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의 평균 주식보유기간(9.3개월)의 8분1수준이다.
그러다보니 개인투자자들은 전형적인 "메뚜기" 매매행태를 연출한다.
A주식을 샀다가 수익률이 신통치 않으면 금방 B주식으로 갈아탄다.
이런 현상은 사이버거래가 확산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런 단기투자 현상은 매매회전율에서도 잘 드러난다.
회전율이란 일정기간(보통 1년)동안 상장주식이 얼마나 거래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작년 8월부터 올 7월말까지 거래소시장의 매매회전율(시가총액기준)은 2백24.8%에 달한다.
1년동안 상장주식 전체가 2.2번이나 거래된 셈이다.
코스닥시장은 더욱 심하다.
매매회전율이 1천1백3.5%로 세계최고다.
모든 주식이 10번이상 임자가 바뀌었다는 말이다.
이에비해 일본의 회전율은 55.5%에 불과하다.
런던과 홍콩증시의 회전율도 각각 72.0%와 48.6%에 불과하다.
나스닥시장이 3백95.6%로 높은 편이지만 코스닥시장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증시의 안정성이 찾아질래야 찾아질수 없는 환경이다.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낮다=단기투자가 극성을 부리는 이유는 역시 장기투자를 하는 기관투자가,특히 연기금의 비중이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말 현재 국내 증시에서 기관투자가의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미국과 영국이 각각 50%와 52%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차이다.
일본(3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뿐만 아니다.
5년이상 장기투자를 하는 연기금의 비중은 1%로 아주 미미하다.
이에비해 미국과 영국은 각각 24%와 33%에 달한다.
일본도 19%의 주식을 연기금이 갖고 있다.
매매비중은 더욱 심하다.
지난 9월의 경우 거래소시장에서 기관들의 매매비중(매도대금 기준)은 11.2%에 불과했다.
연기금은 0.5%에 그쳤다.
반면 개인은 76.7%에 달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개인의 매매비중이 무려 95.0%에 달했다.
단기수익을 좇는 개인이 시장을 쥐락펴락하다보니 증시의 불안정성이 삼화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간접투자가 활성화되야 한다=단기투자가 아무리 극성을 부려도 수익률이 높으면 그래도 괜찮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다.
지난 10년동안 종합주가지수는 500~1,000선을 맴돌았다.
국내 경제규모가 엄청나게 커졌고,기업들의 가치도 한층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항상 제자리다.
물론 이런 현상이 단기투자를 부채질하는 요인이기도 하지만,단기수익률에 집착한 투자가 결국 기업가치를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게 만든 한 요인임에는 틀림없다.
작년말 현재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4백20개 기업중 주가가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기업이 3백61개(85.8%)에 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장기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러기 위해선 장기보유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등 장기투자의 유인동기를 정부가 먼저 내놓아야 한다.
기업들도 경영현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벌어들인 이익을 과감히 주주들에게 배분(배당)해야 한다.
아울러 증시의 안전판역할을 하는 기관투자가를 활성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자면 주식형펀드 뮤추얼펀드등 간접투자 규모를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투신운용사와 자산운용사의 책임있는 운용자세가 필수적이다.
미국증시가 지난 90년이후 10년연속 상승곡선을 탄 바탕은 다름아닌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뮤추얼펀드가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