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금리인하 효과있나 .. 이재웅 <성균관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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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올들어 2,7,8,9월에 걸쳐 네번이나 콜금리를 내렸다.
지난 9월에는 무려 0.5%포인트나 내렸다.
이에 따라 최근 시중금리는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올들어 급속히 침체하는 국내경기를 회복하기 위해,그리고 9·11 미 테러사태 이후 국내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은은 콜금리를 낮추며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계속 확대해 왔다.
그러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기대하는 경기부양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해에 이미 아홉번이나 금리를 낮춰 작년 말 6.5%이던 페더럴펀드 금리가 현재 2.5%까지 떨어졌다.
이것은 60년대 이래 최저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경기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유로지역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외에서 금리가 인하되는데 경기가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원인은 무엇인가? 금리인하는 경기부양 효과가 있는 것인가? 앞으로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를 더욱 내려야 하는가? 최근에 금리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금리인하가 효과를 나타내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금리인하가 실제로 자금사정을 개선해서 소비 및 투자확대로 연결되는 과정이 복잡하고 간접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금리가 인하되면 금융시장에서 가계 및 기업의 차입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금리가 떨어질 경우 주가가 오르면 부(富)의 효과가 생기고 기업의 자본비용이 감소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소비 및 투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경기침체 및 미국의 테러전쟁 등으로 불안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와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자금을 신축적으로 공급해서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이것이 소비나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다.
게다가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미흡해서 부실 대기업들이 처리되지 않고,금융기관들도 대규모 부실채권을 안고 있다.
이같이 금융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것이 투자부진의 주요원인 중 하나다.
요즘 주가는 미국증시 동향에 민감하지만,미국 경제여건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주가도 불안정하다.
한편 금리인하가 환율의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을 확대하고 경기를 부양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수출은 IT산업 침체 및 선진국 경기침체 등으로 작년보다 20% 이상 줄어들었다.
소비 투자 및 수출 부진은 최근 미국의 테러전쟁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앞으로 테러전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국내주가 수출 경기 등에 미치는 효과는 금리인하 효과를 압도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인하가 경기회복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미미한데 비해 부정적인 효과는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경향이 있다.
최근 금리인하로 은행에 예금을 하더라도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별로 남는 것이 없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개혁 등으로 정리해고 명예퇴직을 당한 사람이나,정년퇴직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저금리정책이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그러니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요즈음 '빨리 망하려면 증권에 투자하고,천천히 망하려면 은행에 예금하라'는 말이 있다.
저금리 예금자들이 등 떠밀려 증시로 내몰리고 있지만 무법천지인 우리 증시에 투자하기는 너무나 위험하다.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증시가 낙후된 것이 금리인하 효과를 제약하고 있다.
또한 보험회사 등 과거에 고금리의 장기금융상품을 취급해온 금융기관들도 금리가 내려 대규모 역마진으로 부실화되고 있다.요즈음 전월세 폭등 및 부동산투기 우려도 금리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금리를 내려도 주가 투자 수출 등은 위축되고 경기회복은 지연되고 있다.
결국 금리정책이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대내적으로 취약한 금융 및 기업의 구조적인 문제,대외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 및 미국의 테러전쟁에 따른 불안 등의 제약요인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경기회복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부실기업의 조속한 처리 및 구조조정의 마무리가 중요하며,내수진작을 위한 재정정책도 효과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clee@yurim.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