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터뷰]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 WTO 차기 사무총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은 '협상의제 선정을 둘러싼 주요국간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내달 뉴라운드가 정상 출범할 가능성이 80%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뉴 라운드의 출발점이 될 WTO 4차 각료회의 개최지가 카타르 도하에서 싱가포르나 스위스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내외신 보도와 관련, "회의 개최에 문제가 있다면 개최지를 바꾸는 것보다 일정을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파차이 차기 총장은 18일 오전 한국경제신문 제휴 언론사인 미국 비즈니스위크사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조찬 강연에 참석한 뒤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 테러 참사의 여파로 뉴라운드 출범이 영향을 받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21세기 새로운 세계 교역질서가 될 뉴라운드 출범 작업은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대담.정리=김수언 경제부 기자 ]
------------------------------------------------------------------
그는 뉴라운드 농업부문 협상과 관련, "과거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의 토대 위에서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혀 한국이 우려하는,농산물 시장의 급속하고도 광범위한 개방 문제는 당장 뉴라운드에서 다뤄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우리나라는 UR 협상에서 쌀시장 개방을 2004년까지 유예받은 바 있다.
내년 9월 사무총장에 취임할 예정인 그는 올 11월 뉴라운드 협상 출범이 공식 선언되면 내년 이후부터 전개될 다자간 실무 협상을 실질적으로 이끌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된다.
뉴라운드의 성패가 그의 어깨에 달린 셈이다.
-미 테러 참사 이후 전 세계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서구권 및 이슬람 국가간의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WTO를 통한 자유무역 확대도 도전받게 되는 것 아닌가.
"아세안(ASEAN) 10개 회원국을 보라.
불교 이슬람교 가톨릭 등 각국의 종교가 다양하다.
하지만 평화가 공존하고 있다.
종교나 민족, 문명이 충돌할 것으로 믿지 않는다.
우리는 문명의 수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도 이런 뜻에 동의했다.
다자간 국제체제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문명의 경계선을 없애야 한다.
테러 참사 영향으로 9월 셋째주에 열릴 예정이던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총회 일정이 취소됐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계획을 그대로 진행시키려 한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기로 한 WTO 4차 각료회의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다.
카타르는 아랍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개최지가 아니라 일정을 조정하면 된다.
비정부기구 단체들과도 이와 관련해 많은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
-미 테러에 따른 혼란에도 불구하고 WTO의 활동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얘긴가.
"테러리즘 공격에 주저앉아서는 안된다.
테러는 오히려 교역 확대와 이를 통한 전세계 발전이라는 WTO의 목적이 더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테러가 세계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테러는 주로 지역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테러리즘에 대한 가장 좋은 해결책은 공동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WTO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뉴라운드는 예정대로 출범된다고 봐도 좋은가.
"그렇다.
현재로서는 성공 가능성이 80% 이상이라고 본다.
어려움이 많겠지만 시애틀 회의때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시애틀 회의는 NGO(비정부기구)의 반대로 실패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각국이 준비가 돼있지 않았던 탓에 성과를 못냈다.
협의를 통해 타협할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
-뉴라운드 협상과 관련해 한국에 가장 민감한 관심사는 농산물 시장개방이다.
이 분야 협상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가.
"농산물 분야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관심을 잘 알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합의에 근거해 협상을 추진해 나가겠다.
그렇지만 한국 스스로도 변화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보조금 지급 문제 등을 개선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농업분야 개방은 좋은 사례다.
이미 중국은 WTO에 가입하기 이전에 농산물 분야에 대한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국은 뉴라운드 협상에서 세계 각국이 반덤핑 제재를 남발하지 못하도록 이 분야 규정 개정을 바라고 있는데.
"최근 공개된 뉴라운드 협상에 관한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에 반덤핑 규정 개정문제도 의제로 포함돼 있다.
미국이 반대하고 있긴 하지만 개정작업을 밀어붙일 것이다.
이번 뉴라운드 협상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테러 발생후 세계 경기침체의 가속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신경제가 세계적인 조정 국면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본다.
경기 조정국면을 거치면 테러에 따른 여파도 자연스레 흡수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신뢰가 회복될 것이다.
테러 참사가 발생한 지난 9월11일 이전에도 주가 하락 추세는 있었다.
내년쯤에는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반세계화 운동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공개적으로 반세계화 정책을 공표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는가.
"미 테러참사 이전까지는 반세계화 네트워크가 계속 확장됐다.
테러참사가 일어난 뒤 반세계화 움직임이 주춤해졌다.
과거처럼 강대국만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인식한 것이다"
-중국의 WTO 가입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보는가.
"중국은 WTO 가입을 앞두고 다른 회원국들과 달리 간소한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 등 추가로 논의해야 될 사안이 남아 있다.
러시아가 중국보다 빨리 가입할 수도 있다.
WTO 가입으로 중국은 무역시장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당장 미국시장에서 멕시코를 제치고 수출 1위국이 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 내부의 금융·외환 등 각종 시스템 개혁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의 개혁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필요하다"
-대외적인 파급 효과를 꼽는다면.
"중국의 WTO 가입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에 두려움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아시아 국가들을 비롯해 대부분이 두려움을 표시한다.
인도의 경우 중국의 값싼 상품이 밀려들어올 것을 걱정한다.
중국은 인도가 생산할 수 있는 가격의 3분의 1 정도에 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갈등도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낮은 인건비가 아니라 양질의 인력이다.
일본의 첨단 과학기술 인력이 15만명이라면 중국은 그 세 배에 달한다.
또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경제규모가 현재 세계 7위 수준에서 5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상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아질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 점유율만 하더라도 92년 9%에서 현재 25%로 올라섰다.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여기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만 중국의 WTO 가입은 도전일 뿐이지 위협은 아니다.
중국 시장이 개방되면 같이 협력하는 사이가 될 것이다"
-중국이 앞으로 아시아의 성장 엔진이 될 것으로 보는가.
"아시아 경제에서 중국은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이다.
물론 중국측이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있다.
중국은 WTO에 가입한 뒤 일정기간 지나면 환율체제를 바꿔야 한다.
위안화 평가절하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그러나 풍부한 외환보유고는 환율체제 변동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고도 남을 것으로 본다.
중국이 WTO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아시아 국가들과 밀접한 경제통합을 이뤄가면 중국시장 개방은 다른 나라들에 큰 혜택을 줄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에 반드시 투자할 필요는 없다.
중국에 수출하면 된다.
그곳에는 많은 자원이 있고 유동성도 풍부하다"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많은데.
"4대 국유 은행이 전체 대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40%는 부실채권인 것으로 안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선 은행을 민영화해야 한다.
물론 아직은 금융제도 개편을 열심히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2천5백만명의 실직자가 생길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외국은행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고 5년 후에는 소매금융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금융제도가 발전할 것이고 중국 중앙은행도 독립적으로 운용될 것이다.
WTO 가입에 따른 금융시장 개방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