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큰場 기다리며 靜中動 .. '요즘 객장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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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정 모씨(59)는 18일 분위기도 살필 겸 상계동 A증권 객장을 찾았다.
미국에서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이후 실로 오랜만이다.
은행주와 증권주를 가지고 있었는데 지수 520을 회복한 이틀전 현금화한 터였다.
내로라하는 증권전문가들이 "경기는 당분간 회복 조짐이 없다"거나 "낙폭을 어느 정도 만회한 지수 520이 강력한 저항선"이라고 한 데 귀가 얇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도 외국인은 게걸스럽게 주식을,특히 정씨가 가지고 있던 은행 증권주를 계속 사들였다.
최근 고객예탁금 증가도 심상치 않았다.
◇경기보다는 탄저,탄저보다는 연말 랠리=날을 잘못 잡았다.
객장은 한산했다.
탄저균이 미국 의회에까지 확산됐다는 소식에 나스닥지수가 4.4%나 추락했고 한국 시장도 약세로 시작했다.
그래도 우려보다 낙폭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바꿔 타셨어요?" "저는 삼성전자 버리고 건술주와 증권주 조금 샀습니다" "코스닥이 괜찮데네요.외국인도 계속 사고…" "주식 할만한 때가 됐는데….1년 동안은 지루했지만 이제 변동성이 커지고 있으니…"
시세판 앞자리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면이 있는 지점 직원이 말했다.
"요새 특히 회전율이 높아졌어요.
반도체 가격이나 경기 회복 사인을 얘기하는 손님은 없어졌고요.
미국의 보복전쟁이다,탄저균 테러다 해서 좀 불안하기는 하지만 연말에서 내년 초 사이에 한번 랠리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가진 분이 많은 것 같아요"
◇활발한 개미,침착한 큰 손=마침 지점장이 보였다.
"요새 큰 손이 좀 들어온다면서요? 장이 한번 서려나 보죠?"
"저도 그런 기대가 컸습니다.
신문에서도 그렇게 얘기하고….그런데 돈 많은 손님들,아직 꿈적도 안해요.
저희 지점도 예탁자산 변동이 거의 없습니다.
이용호 게이트다 뭐다 시끄럽고,또 시중의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내년에는 월드컵 특수다,대선 특수다 아직 기회는 많다고 생각하는 거죠"
"정말 말을 바꿔 타는 사람이 많습니까?"
"사이버 손님들이 정말 늘어났어요.
전기전자 다 털어내고 건설주나 증권주,아니면 이런 저런 테마에 엮여 있는 코스닥을 기웃거리지요.
하지만 재미봤다는 손님 듣지 못했어요"
"선물이나 옵션도 할만한가요?"
"저희 지점에 옵션계좌가 20개나 늘었어요.
문의 전화도 많아졌고.하지만 섣불리 뛰어들지 마십시오.미국에서 테러사건이 일어난 후 개미들이 몇백배 대박을 터뜨렸다지만 그건 특별한 상황이었고.이후에는 줄곧 개미가 깨지는 장이었거든요.
그거 수익내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좁아진 운신의 폭=서울 서초동에서 S증권 지점장을 하는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어떤 종목을,언제 사는 게 좋을지 물었다.
"워낙 변동성이 커졌고 이리 저리 매기가 옮겨다니는 장세에서 수익내기가 만만치 않아요.
저희들은 고배당 예상 종목이나 우량 금융주를 추천하고 있습니다만 고객들이 1년 동안 별 재미를 못 봐 운신의 폭이 많이 좁아진 것 같아요.
자신은 없지만 한번 랠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한테는 인덱스펀드를 권하기도 합니다"
기대는 커가는데 방아쇠를 찾기 어려운 장세라는 설명이다.
결국 베팅할 종목과 시기를 정하지 못한 채 정씨는 좀 더 관망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객장을 빠져나왔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