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있게 기다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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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지수는 본격적인 매물대에 진입한 시점에서 생화학테러 공포가 다시 불거지며 흘러내렸다.
이날 하락은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보인다. 급등에 따른 조정이 불가피한 터였다.
지수는 하락했지만 나스닥이나 일본 증시에 비해서는 선방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7% 이상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수세를 받으며 520선 지지력을 확인했다.
또 추가 테러 우려감이 증폭된 가운데 나타났다는 점도 우호적이다. 악재에 강한 내성이 길러지며 밑변이 강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급락 가능성이 한결 낮아진 상황에서 당분간 520선을 축으로 하는 조정 장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다만 아직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하기엔 이르다는 판단이다.
주말을 앞둔 19일 증시에서는 내수관련 우량주나 테마주 위주로 조정시 매수관점에서 선택적으로 접근하되 향후 장세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 가능하도록 현금 비중 확대를 병행할 것을 권한다.
해외 증시의 안정적인 흐름을 타고 단기 급등, 매물대 하단부까지는 비교적 손쉽게 올라섰으나 추가 상승을 이끌어낼 만한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수급 측면에서는 유동성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가격논리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가운데, 펀더멘털은 아니더라도, 추가 상승을 주도할 에너지 공급원이 없다.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각각 엿새와 13일 연속 매수우위를 보이며 매수주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외국인 매수는 그러나 '바이 코리아'가 아닌 몇몇 선호 종목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들 종목에 대한 지분율이 대부분 테러 이전 수준을 회복한 까닭에 동시다발적인 매수세가 이어지길 기대하긴 힘들다.
다음주 월요일 세액공제혜택이 주어지는 장기증권저축의 판매 추이, 금리 동결 이후 이탈이 늘고 있는 MMF 자금의 증시 유입 여부, 다음달 예정된 6,000억원 규모의 연기금 유입 등에 따른 실질적인 유동성 보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일련의 순환매가 일단락되고 있어 새로운 탈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기술주 상승에서 촉발된 순환매는 제약, 증권, 건설, 은행주를 거쳐 점차 호흡이 빨라지더니 개별 종목으로 분산되며 집중력을 잃는 모습이다. 순환매는 다소 투기적인 테마와 실적개선주 등으로 범위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에 주도주가 부각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순환매에 대비한 길목지키기는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지만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경우는 드물다.
아울러 거래가 지수를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520선까지 올라온 과정 속에서는 매물 공백대라는 이유가 있었으나 현지수대에서의 거래 감소는 체력 저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거래 증가가 매물 소화를 위한 필수 조건임을 감안할 때 하루 4억주 주변을 맴도는 지지부진한 손바뀜이 지속될 경우 박스권 상향 돌파는 그만큼 늦춰지겠다.
이밖에 잇따르고 있는 기업 실적과 전망이 상승과 하락을 교대로 지원하면서 움직임을 제한할 전망이다.
목요일 뉴욕 증시는 기술적 반등이 점쳐지는 가운데 항공기업체인 보잉,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GM, 맥도날드, 코카콜라, 제약회사인 머크 등이 줄줄이 실적을 내놓는다. 장종료 후에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즈, 게이트웨이, 코닝, PMC-시에라 등이 준비하고 있다.
이들 기업 실적은 그러나 장종료 후 발표될 마이크로소프트에 묻힐 공산이 크다. 주당 39센트 이익을 냈을 것으로 전망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과 전망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내에서는 하이닉스반도체가 오전 10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실적을 내놓을 예정이다.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반도체 경기와 오는 22일 삼성전자 실적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선이 집중된다. SK증권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 급감한 5,960억원에 그치고 5,7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추정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