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진급 하려고 하지마.올라가는 자리가 뻔하잖아? 빨리 관두면 어떡하려고 그래" "출근부가 왜 필요해?" "월급 제 때 못주면 회사를 운영하지 말아야지" 고 최종현 SK회장의 어록(?)중 몇 가지다. 80년대 최 회장 곁에서 3년간 비서실장을 지냈던 정원교씨(57)의 '브리핑이 맘에 안들면 손톱을 깎아라'(인증원,8천원)에는 인간 최종현의 진면목이 담겨있다. 책 제목은 최 회장의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몇날 며칠씩 차트를 만들고 막대그래프를 키웠다 줄였다 하면서 난리를 피운 끝에 높은 분 앞에서 땀까지 흘려가며 해대는 브리핑.한 때는 이걸 잘해야 승진하고 이걸 못하면 옷벗는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최 회장 밑에서는 브리핑으로 벼락출세하거나 옷벗는 사람은 없었다. 보고내용이 마음에 안들면 가만히 손톱깎기를 꺼내 손톱을 깎다가 사업 내용보다 원칙론을 얘기한다. 어느 조직이나 전략이 있게 마련이다. 실무적인 전술은 일선 지휘관에게 맡겨두고 보스는 그것이 전략에 맞는지만 따지고 감독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라이터를 애용하고 아프리카 공사현장 방문 때는 석유곤로로 직접 라면을 끓이던 일,신입사원부터 부회장까지 똑같이 '유'(you)라고 부르며 인간 위주 경영에 충실했던 얘기 등이 가감없이 실려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