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구조조정 한파 속에 LG소프트를 퇴사하게 된 김영만씨가 회사측에 '스타크래프트' 국내 총판권을 달라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모두 말렸다. 국내에서 이미 11만장이나 팔려 더 이상 '돈이 안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김씨는 끈질기게 고집을 부렸고 3억원에 총판권을 넘겨받아 한빛소프트를 설립했다. 그해 올린 판매 실적은 무려 80만장. 이후 '스타크'는 지금까지 2백만장 이상 팔린 초대작 게임으로 성장했고 아직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한빛소프트(대표 김영만)는 뒤이어 배급권을 따낸 '디아블로'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3년만에 국내 최대의 게임 개발.배급업체로 성장했다. 설립 첫해인 99년 매출 2백40억원과 순이익 26억원을 기록했고 매년 1백%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3년째인 올해는 8백억원의 매출과 1백75억원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막강한 게임 마케팅 파워 =한빛소프트는 국내 게임업체 가운데 가장 강력한 배급망을 지녔다. '스타크' '디아블로'의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8백여 소매점을 자사 유통망으로 확보했다. 올초 출시한 PC게임 '하얀마음 백구'와 자체개발한 '디지몬보물섬'이 돌풍을 일으켰던 것도 마케팅 파워 덕이었다. 키드앤키드닷컴이 제작한 '하얀마음백구'는 한빛소프트가 마케팅을 맡은 뒤 9만장이나 팔려 국산 최고의 히트 게임으로 떠올랐다. ◇ 종합배급사로의 도약 ='스타크'와 '디아블로'는 이 회사의 '캐시카우'이자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다. 두 게임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얘기다. 올해의 경우 8백억원의 매출 가운데 두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백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한빛소프트는 자체 개발.제작과 개발업체 지원, 솔루션 및 에듀테인먼트사업 등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며 위험을 분산시키는 한편 종합배급사로 변신하려고 애쓰고 있다. 한빛소프트는 오는 12월께부터 온라인게임 '탄트라', PC게임 '아스파이어', 오락실용게임 '그라운드 서핑' 등 자체 제작 게임들을 차례로 선보인다. 지난달에는 2백억원의 투자펀드를 조성, 막고야 헥스플렉스 등 우수 게임개발업체들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 성장가능성 =한빛소프트가 내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고성장할지 의문스럽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스타크'와 같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 포화상태에 달한데다 새로 시작하는 사업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빛소프트는 차기대작 '워크래프트3'와 에듀테인먼트사업으로 성공신화를 이어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김 사장은 "이달말께 계약할 블리자드사의 '워크래프트3' 배급을 통해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교육과 게임을 결합한 에듀테인먼트부문이 앞으로 1∼2년안에 게임사업보다 더 큰 매출을 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