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라고 다 같은 땅이 아니다. 서울 중구 명동2가의 한빛은행 명동지점 자리는 평당 1억9백9만1천4백원이나 되는가 하면 경북 경주시 내남면 안심리의 임야는 고작 1백36원에 불과하다. 물론 이 가격은 실제로 사고 판 가격이 아니라 개별공시지가상 전국 최고 최저 땅값이 그렇다는 얘기다. 땅은 똑 같은 것이 없다. 같은 논이라도 집앞의 문전옥답이 있고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천수답이 있듯이 위치가 다르고 모양이 틀리며 토질도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땅엔 일물일가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땅에도 여러가지 이름표가 붙는다.지적법은 전 답 대지 임야 등 24가지 지목으로 분류한다.국토이용관리법은 도시 준도시 농림 준농림 자연환경보전지역 등 5개의 용도지역을 지정하고 있다. 또 도시계획법은 4개 지역,12개 지구,5개 구역을 지정하고 있다.이들 지역 지구 구역은 더욱 세분해 개발을 촉진하거나 이용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이같은 용도지정은 한 땅에 여러가지가 겹치기도 한다. 어떤 지목이냐에 따라 땅값이 달라지는데다,용도지정에 따라 개발이 촉진되거나 제한이 가해지게 되면 땅값은 차이가 더욱 심해져 천차만별이 된다.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자신의 땅이 비싸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땅주인은 보다 비싼값을 받으려고 용도변경을 하기 위해 로비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이를 보다 용이하게 달성키 위해 논이나 밭에 건축폐자재를 슬그머니 부리거나 멀쩡한 나무에 이상한 주사를 놓아 죽이기도 한다. 이번에 6공 시절의 수서 사건과 흡사한 것으로 말썽이 빚어지고 있는 분당 백궁·정자지구개발 특혜의혹도 땅의 용도변경에서 비롯됐다. 이곳은 분당신도시 설계 당시 중심상업지역으로 지정하고 쇼핑단지로 용도를 국한시켰는데 유통시설 공급과잉으로 매력을 잃자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용도를 바꿔줌에 따라 수천억원의 차익을 챙기게 됐다는 것이다. 땅은 말없이 의연한데 사람들의 욕심이 땅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세태인 모양이다. 양정진 논설위원 yang2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