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을 버려라.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보다 더 멋있고 만족스런 사람은 사실상 없다' '결혼에 항복하라'(아이리스 크라스노우 지음,박재희 옮김,물푸레,8천5백원)가 던지는 충고다. 제목만 보면 무조건 결혼생활에 굴복하라는 말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수동적인 의미의 '항복'이 아니라 능동적인 의미의 '행복'을 얘기한다. 저자는 아메리칸대 언론학 교수이자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40대 중반인 그녀는 먼저 결혼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말한다. 결혼이란 스스로 만들어가는 행복의 여정이자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두 개인의 '두레 공동체'라는 것이다. 그는 3백여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결혼생활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는 25가지 방법과 그에 따른 교훈을 제시한다. 그의 말처럼 삶과 결혼은 그네타기와 같다. 그네를 타면 기쁨과 슬픔,사랑과 미움,희열과 권태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그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행복의 궤도를 찾으라는 게 이 책의 주제다. 글은 세 단계 여행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첫번째 여행에서는 '불만족'을 만날 것이다. 이것은 매력적인 다른 사람과 더 재미있는 인생이 있을 거라는 환상을 갖게 만든다. 두번째 여행지는 '선택'이라는 곳이다. 결혼이 너무 불만족스럽거나 다른 곳에서 로맨스를 찾은 배우자는 결혼을 그만둘지도 모른다. 반대로 자신의 외도로 인해 흔들렸던 결혼생활을 더욱 굳건히 하고 솔직한 결합을 이룬 부부들도 만날 것이다. 세번째로는 '항복하기'에 도착한다. 겸손하게 결혼을 지켜나가는 것이 왜 정신적 완성을 이룰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사람들이 그곳에 가득하다. 저자의 조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포기할 줄 알라'는 것이다. 좀 부족하고 마음에 덜 차는 남편에게는 '완벽한 백기사'의 환상을 포기하고,아내에게도 항상 섹시하고 헌신적일 것을 바라는 '무리한 욕심'을 버리라는 얘기다. 장밋빛 꿈과 욕망 때문에 결핍감이 오므로 그것을 포기하면 예상치 못한 만족이 온다고 강조한다. 물론 완벽이란 없다. 그래서 '세월이 가면서 점차 낡고 귀퉁이가 헐어가는 집을 하나씩 수리하듯이 고치고 또 고쳐나가는 것'이 바로 결혼인지도 모른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