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0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65세 이상의 인구는 전체의 7.3%인 3백37만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연합(UN)은 고령인구비율이 7%를 넘을 경우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15세 미만의 유.소년 인구는 5년 전(95년)보다 5.8% 줄었지만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27.7% 늘어났다. 이에 따라 고령인구를 유.소년인구로 나눈 '노령화 지수'는 25.8에서 35.0으로 높아졌다. 이 지수가 30을 넘는 곳 역시 고령화사회로 분류된다. 젊은층의 결혼 및 출산 기피, 이혼율 증가 등으로 출산율은 낮아지는 반면 40~50대가 베이비붐 세대인 만큼 노령화 추세는 가속페달을 밟을 것이 확실시된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오는 2022년께 고령인구 비율이 14.3%로 상승하면서 '고령화 사회' 문턱을 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인인구 비율이 7%에서 14%로 높아지는데 프랑스가 1백15년, 스웨덴이 85년, 영국이 47년, 일본이 24년 걸린데 비해 우리나라는 22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에는 이 비율이 19.3%에 달해 초고령사회(20%) 진입을 눈 앞에 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인구고령화 속도가 빠를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반해 15~64세에 해당하는 청.장년 인구의 증가 속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95년만 해도 청.장년 12.0명이 직.간접적으로 고령인구 1명을 부양했다. 그런데 작년에는 9.8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청.장년층의 노인 부양부담이 커진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앞으로 노인들의 의료기관 방문 횟수가 늘어날수록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은 흔들릴수 밖에 없다. 평균수명 연장도 국민연금 재원의 조기 고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노령화사회를 맞아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29%만이 취업중이다. 달리 말해 1백만명에 달하는 노인이 근로능력을 갖고 있지만 일자리가 없어 소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노인 의료비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65세 이상 환자 의료비로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한 금액은 1조4천5백억원을 넘는다. 지난 85년부터 99년까지 전체 인구의 진료비가 19.5배 늘어난데 비해 노인인구의 진료비는 70.3배로 증가했다. 향후 노인인구의 진료비 증가율은 전체인구의 진료비 증가율을 계속 앞지를 것으로 분석된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노인복지를 가족 차원의 문제로 취급하기 보다는 사회 전체가 노인 부양을 분담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