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아시아의 맹주, 일본인가? 중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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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태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는 회원국간의 협력이 강조됐으나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알력이 작용했다.
특히 일본과 중국간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과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중·일간의 갈등은 지난해 아시아 경제중심축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표면화됐다. 경제중심축은 세계 최대시장에서의 무역성과로 평가한다.
지난 해를 기점으로 미국의 최대 무역적자국은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중국의 부상은 갈수록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세계경기의 동반침체속에서도 중국경제만 유일하게 8%대의 높은 성장률을 구가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여전히 유태계 자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국제기채(起債)시장에서 만큼은 화교계 자금이 제1선 자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이한 것은 화교계 자금은 유동성에 문제가 없는 다국적 기업들이 대부분을 조달했다는 점이다.
다른 자금에 비해 조달비용이 저렴하지 않는 데도 불구,다국적 기업들이 화교계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세계최대의 잠재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중국 진출이라는 부수적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경제는 경제성장사에 있어 불명예스런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은 국제금융시장의 골칫거리로 등장하면서 IMF의 특별심사까지 받는 처지에 몰리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경기침체속에서도 일본경제의 자존심과 엔화 가치를 유지하는데 가장 큰 힘이 됐던 무역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무역수지가 올 4·4분기나 내년 1·4분기에는 적자로 돌아설지 모른다고 예상하고 있다.
한 때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을 꿈꿨고 무역흑자국의 상징이었던 일본이 악순환 국면에 몰리고 있는 것은 중국의 시장잠식과 일본내 제조업 공동화현상을 야기시키고 있는 일본기업들의 중국이전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위안화 가치가 중국경제 기초여건에 비해 낮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일본은 진단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1달러=8.28위안'을 중심환율로 하는 고정환율제를 94년부터 유지해오고 있다.
문제는 중심환율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실제로 실질실효환율로 위안화의 적정수준을 추정해 보면 달러당 6.8∼7.0위안으로 나온다.
이에 따라 일본은 중국이 시장잠식을 뛰어 넘어 '산업찬탈(産業簒奪)'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일본기업을 유치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이론적으로 한 나라의 통화가치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의 문제는 대표적인 '이웃 궁핍화(窮乏化)정책'의 관점에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어느 한 나라가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얻어지는 수출과 경제성장 측면의 이득은 인접국 또는 경쟁국들의 희생에 다름아니라는 견해다.
현재 일본과 중국이 처한 여건과 조만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양국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어떻게 보면 제2 교역국인 일본과 제3 교역국인 중국사이에 샌드위치 상태로 놓여 있다.
오히려 일본과 비슷한 입장에 처해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지 모른다.
이럴 때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한국경제의 위상이 좌우된다.
이미 표면화되기 시작한 일본과 중국간의 갈등구조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일본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때에 우리는 중간자 혹은 균형자(balancer) 역할을 잘 활용해 한·중·일 3국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든가 통화스왑 협정체결 문제 등을 원만히 매듭지어야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