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기업들 사이에 또다시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테러사태 등으로 장기불황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IT(정보기술)업계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인력감축이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테러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가 대대적인 인력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해운 중공업 건설 전기·전자 등 거의 모든 업종의 기업이 조직축소와 함께 인력축소 작업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은 직원 5백명 감축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사업부를 5개 본부로 재편,수익성 위주로 운영하고 경영지원부문 등 유사조직의 통폐합을 통해 인력조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정부에 제출할 구조조정안을 마무리 중"이라며 "구조조정안이 확정되면 11월께 대규모 인력감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달 발표한 1차 구조조정계획을 통해 3백60여명의 인원을 줄이기로 한데 이어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추가로 인원을 줄이기로 했다. 조선 해운업체 중에선 한진중공업이 최근 조선부문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5∼12개월치의 월급을 추가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명예퇴직을 실시, 1백여명의 인력을 줄였으며 현대상선도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CSFB(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의 경영진단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구조조정에 착수할 계획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인력감축이 불가피한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대로 일부 터미널 등을 매각할 경우 인력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전자업종은 하반기에도 지속적인 인원축소 작업을 진행 중이다. 브라운관 제조업체인 LG필립스디스플레이와 브라운 유리 제조업체인 한국전기초자 등이 내달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도 이달초 셋톱박스 사업부문을 정리하면서 1백명 안팎의 인원을 줄였다.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화섬업계도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이 연말까지 5백명을 감원할 계획아래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10%(2백명) 안팎을 정리할 계획이다. 금융업종의 경우 국민.주택은행이 합병을 위한 자발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각각 3백80명, 1백50명을 희망퇴직 형태로 정리했다. 4대그룹 계열기업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내년에 경기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비용절감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어 감원바람은 연말로 갈수록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